매일신문

경영권 편법 世襲 차단 대책 나와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배정이 '불법(不法)'이란 법원의 판결은 재벌의 편법 경영권 대물림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원은 비상장 주식 가치를 산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특가법의 배임죄가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유죄 판결만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은 도덕성에서 타격을 입게 됐다. 편법이긴 하나 적법(適法)하다고 강변해 온 재벌들의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에도 경종을 울렸다.

법원은 판결에서 그동안 삼성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세금 없이 경영권을 대물림해 온 과정이 불법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상무는 지난 1995년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60억8천만 원을 바탕으로 10년 만에 재산을 수조 원으로 불렸고, 사실상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하지만 이 상무는 고작 16억 원을 증여세로 납부했을 뿐이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 1996년에 이뤄진 CB 발행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어서 삼성의 경영권 대물림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라고 한다.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으나 지배 구조가 당장 바뀌거나, 이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재벌들은 CB, 비상장 주식 등을 헐값으로 피상속자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해 왔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들이 비난받는 것은 '황제 경영'과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 때문이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재벌들의 편법 경영권 대물림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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