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지역혁신박람회와 혁신

제2회 대한민국지역혁신박람회가 10월 5일부터 9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지역혁신박람회는 대구시, 경북도,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가 공동으로 유치한 국가적인 큰 행사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산업자원부, 전국 각 지역의 기관 단체들이 준비한 각종 회의, 발표회, 전시회, 경진 대회, 문화 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가 닷새 동안 펼쳐질 계획이며, 관람객만도 연인원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고위 각료 및 주요 인사들이 대거 개막식에 참석해 지역 혁신의 중요성을 우리 지역민에게 한번 더 각성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여 년간 개혁 또는 혁신이라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와서 오히려 피로를 느끼거나 잠재적 반감을 지니게 된 지역민들이 적잖은 것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들어선 지금, 혁신은 우리만의 정파적 논쟁거리가 아니라 인류 문명사의 필연적 시대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구의 문명이 신(神) 혹은 종교 중심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인간 중심의 사회로 변화되어 왔듯이 지금은 혁신을 통하여 지식 기반의 사회로 이행해 가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온 세계에 불고 있는 혁신 바람을 '제2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나 지식과 정보를 동시에 접할 수 있고, 그래서 모두가 참여하고, 또 모든 일이 서로 연동되어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자기 나름대로 알고 이해하고서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혼란을 바라보면 차라리 과거의 강력한 통치력에 대한 향수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 의지를 결집하여 새로운 질서와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길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혁신에는 구조조정과 같은 시스템의 혁신, 또 사고 방식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혁신이 있다. 지난해 부산박람회에서 소개된 지역 혁신 성공 사례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기관의 조직 개편, 지역의 특산물, 기업의 신제품 등 아이디어 중심의 하드웨어적 혁신에 치우친 인상을 받았다.

공공 기관 지방 이전과 같은 시스템의 혁신은 단기간에 이룰 수도 있겠지만, 가치관과 생활 양식을 바꾸는 패러다임 혁신은 몇 세대에 걸쳐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조급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이 함께 개최하는 제2회 대한민국지역혁신박람회에서는 패러다임 혁신을 위한 전략적 방안의 제시나 합의 도출 사례 등도 부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가 함께 추진하는 초광역적인 혁신 사례가 새로운 모델로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혁신은 곧 학습이다. 그래서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에서는 혁신에 대한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왔고, 또 학습과 실천이 함께 이루어지는 CoP(Community of Practice:실천공동체)를 사회 각 전문 분야별로 구성해 왔다. 20여 개의 CoP 활동에 대한 소개와 토론이 이번 박람회 행사 중 하나인 '대구경북지역 혁신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전국 각 지자체의 혁신 주체들을 초청하여 우리 지역의 손님으로 모실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모두가 하나 되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대구와 경북이 함께,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나란히 주인이 되어 손님을 맞는 모습도 아름다운 혁신으로 보일 것이다.

이종현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의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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