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인도, 새로운 기회의 땅

인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요가, 힌두교 등으로 신비스러운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도가 이제는 구체적인 교역 및 투자 파트너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경제는 오래 전부터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었다. 11억 인구와 막대한 보유 자원, 높은 기초과학 수준, 세계적 수준에 이른 IT산업, 상당히 발달된 금융시스템과 자본시장, 정착된 민주주의 전통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인도의 인적자원은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의하면 미국 과학자의 12%, NASA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의 34%가 인도인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과 영국 의사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인이며, 인도 내에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우수인력도 1억 명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러한 잠재력이 경제성장이라는 과실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시스템과 의지 부족을 대표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실제 현재의 인도는 경제대국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비교하면 1인당 소득이 절반 수준, 외국인투자 유입액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인도의 뭄바이나 뉴델리 같은 대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숙자나 빈민촌을 보고 있으면 '이 나라에 미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변혁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개방을 통한 고도성장전략을 채택한 1980년대 이후 느리지만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고성장이 인도인의 성장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과의 오랜 경쟁의식에 불을 지핀 셈이다.

그 결과가 최근의 고성장이다. 지난 1970년대 3% 대에 불과하였던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에는 5%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근에는 연 6~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경제규모가 일본을 능가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IT부문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IT집적지인 방갈로르지역에는 삼성, LG 등을 포함한 세계유수의 IT기업들이 연구 및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인도 대학에서 배출하는 IT 전문 인력 또한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근년에는 제조업 생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인도의 실물생산은 아직까지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선다. 하지만 공업부문의 발전이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경제협력과 관련하여 인도는 판매시장과 생산기지 두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이다. 먼저 11억 인구의 판매시장을 제공한다. 물론 아직까지 20% 이상의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지만,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인구도 5천만 명 이상이다. 이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여기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도시장을 선점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음으로 생산기지로서의 비교우위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보다 낮은 임금으로 잘 교육된 숙련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도 이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금융, IT 등 제조업 관련 서비스산업의 꾸준한 발전과 민간부문에 축적된 자본주의 경험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인도 진출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아시아에 속하면서도 동아시아지역과 매우 다른 사회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카스트라는 신분제도, 힌두정신에 기반을 둔 독특한 거래관행 등으로 낭패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로, 전력 등 인프라 기반이 열악한 것은 상당한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중국에 이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처를,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인도를 활용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기홍 포스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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