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으로 음식을 만드는 주부들은 요즘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환경호르몬과 항생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농'축'수산물들을 재료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려면 주머니 사정이 또한 문제다.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이름표를 달고 백화점이나 가게의 판매대에 올라 있는 걸 사려면 몇 배의 돈을 써야 해 속상하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주부는 물론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심경일 게다.
◇ '웰빙'이라는 말이 우리 일상에 너무나 흔하게 쓰이고 있는 것 같다. 먹을거리'식음료, 건강'여가 등 어디든 이 말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거의 모든 곳에 넘쳐나는 건 그만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는 역설로 읽어야 할 지경이다. 함량의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먹을거리에는 방부제'조미료'색소 등 화공약품들이 들어 있다. 먹을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마실 것도 마찬가지다. 주위 환경 역시 다르지 않다.
◇ 우리나라 축'수산물의 항생제 오'남용이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항생제 사용량은 1천500톤가량으로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의 1.2배인 덴마크 사용량(연간 94톤)의 16배나 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생산량이 우리보다 24배나 많은 미국의 경우도 항생제를 3.8배 정도 쓰는 수준이라 한다.
◇ 돼지'닭'수산물'소 순으로 항생제를 많이 쓰며, 배합사료(54%), 농가 임의치료(40%)가 절대적인 투여 경로라고 한다. 특히 법으로 사용이 금지된 항생제를 배합사료에 9.2%(2003년), 9.4%(2004년)나 섞어 써 왔다니 업자'농가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항생제는 과다 사용할 경우 그 잔류 성분이 인체에 전이되고, 동물 체내의 내균성이 인체에 감염되면 심각한 신체 반응 교란을 부른다고 하지 않는가.
◇ 영국의 유기농식품협회는 가축의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광우병보다 무서운 질병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항생제 사용을 무조건 금지할 수만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자칫하면 농가나 양식 어민들에게 너무 큰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사실을 사실대로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식탁이 '항생제 무침' '항생제 조림과 구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끔찍하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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