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내던질 게 없는 어미였는데 한창 살 나이에 어디를 갔나, 원통해라 뭐하러 구경을 갔노."
4일 오후 3시 상주시 함창읍 태봉리 한적한 골목길에서 장종순(77)할머니가 혼자 주저앉아 쉰 목소리로 울먹이고 있었다. 장씨는 옆집에 살던 이순임(66·여)씨가 3일 상주공연장 참사로 숨지자 밤을 새웠다.
장씨는 "이씨는 솜씨는 물론 성격도 좋고 말도 잘해 이웃과는 너무나도 잘 지냈다. 이제 자식들도 모두 키웠고 한창 재미있을 나이에 아까운 사람이 갔다"며 지팡이를 내팽개치고 통곡했다.이씨와 함께 갔던 마을 5명은 부상만 입었지만 혼자서 참변을 당했다.
함께 갔던 백순자(57)씨는 "6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해 순식간에 흩어졌는데 조금 전까지 웃으며 옆에 서 있던 이씨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며 원통해 했다.
이 마을 이장인 전원옥(64)씨는 "이씨는 2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1천여 평의 적은 농사로 3형제를 키우면서 고생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숨진 이씨의 앞 집에 살고 있는 장이분(70)씨는 "온갖 농사일을 억척같이 했고, 같이 일을 다니면서 지냈는데 이젠 보고 싶어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집 마당에는 주인의 죽음을 모르는 듯 고추와 토란 등이 가을 햇볕속에 마르고 있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사진: 상주 함창읍 태봉리 장종순 할머니가 이웃집 이순임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골목길에서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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