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넉넉함을 상징하는 결실의 계절에 즈음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생각해본다. 늦가을 계추(季秋)의 전형적인 농촌들녘 모습인 황금물결의 벼 이삭과 메뚜기, 허수아비와 참새, 벼 베기와 타작 등과 달리 요즘의 농촌들녘은 비닐하우스로 덮여 물결을 이루고 있다.
1960년대에 농업용으로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비닐하우스는 폴리에틸렌·비닐 등의 합성수지를 이용해서 임시로 만든 농업용 가설물(假設物)이다. 이 비닐하우스는 우리에게 추운 겨울철에도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제공하고 있고, 농작물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우리 농업에 꼭 필요한 시설물이다.
최근 인근 국가로부터 수입한 김치에서조차 인체에 유해한 납 성분이 과다 검출되고 있어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땀 흘려 노력한 덕분에,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채소와 과일을 사시사철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한 우리의 소박한 농업 종사자들에게는 그 고마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외국 농산물과 비교하여 우리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일컫는 말인 '신토불이(身土不二)'가 저절로 되뇌어진다. 하지만 이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업종사자들은 두통·피부의 염증·요통·견통·현기증 등의 '비닐하우스증'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또한 하우스용 폐비닐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 하우스용 폐비닐 발생량은 5만9천여t으로, 그 중 미수거량 1만3천여t(전체의 23%)이 소각·매립 및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폐비닐의 관리부실로 독성을 지닌 다이옥신의 배출돼 대기오염과 토양오염을 일으켜 물이나 공기를 통해서 인체에 흡수되고 있다.
이에 비닐하우스증·환경오염 등과 같은 비닐하우스 농업시설의 부작용에 대한 근본대책을 수립하여야 하지 않을까? 임시적인 가설물이 아닌 환경·비용·내구성을 고려한 적합한 비닐하우스 건립과 친환경 폴리에틸렌·비닐 개발을 위하여, 범국민적·범정부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결집하여야 하겠다.
영남이공대 건축과 교수 이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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