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 대곡동 철도 굴다리, 밝고 정감 넘치는 길로…

市에서도 오수로 복개공사 등 나서

생각해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게 크지 않은 아이디어가 주변을 온통 아름답게 만들었다.김천 대곡동사무소 뒷편으로 돌아가면 경부선 철도 밑으로 직지사~모동간 굴다리가 있다. 여느 굴다리처럼 거미와 모기가 득실거리고 칙칙한 냄새와 먼지로 가득찼던 곳. 밤이면 지나다니기조차 부담스러운 이 곳이 갑자기 풋풋한 정감이 넘쳐나는 길로 바뀌고 있다. 완전히 고사리 손의 힘에 의해서다.

대곡동에 사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50여명은 지난주부터 학교를 마치면 이 곳으로 달려간다. 이미 30m의 통로를 말끔히 치우고 어두운 벽면을 밝게 만드는 작업에 한창 빠져있다. '국토사랑 밝은 동심'이란 주제로 '역사에 남을 대작'에 동참하고 있는 것.

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낸 건 이 동네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조성연(53)·양옥선(50)씨 부부. 통로가 직지천 산책로로 가는 지름길이어서 인근의 주민은 물론 한일여중고, 김천농공고 학생들도 등하교길로 이용하지만 늘 을씨년스럽게 방치되는 게 걸려 미술학원생들에게 "밝은 길을 만들어보자"고 제의를 하면서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 왕래 주민들은 아이들이 낙서를 하는 주로 생각했지만 예쁘고 정성이 담긴 그림이 하나씩 채워지자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고 일부 주민들은 그림그리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조수현(서부초교 6년)양은 "평생 남을 작품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열중하고 있다"며 "전에는 굴다리를 지나기가 겁이나 막 뛰어 다녔는데 이젠 그림을 보면서 느긋하게 다닌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일이 이쯤되자 김천시도 나섰다. 아이들의 힘에 감동을 받아 굴다리 통로와 주변을 잔디와 나무로 예쁘게 꾸미고 통로에 유입되는 오수를 막을 계획이다.양옥선씨는 "오수로가 있는 한쪽엔 벽화를 그리지 못했지만 복개공사가 이뤄지면 남은 벽면에도 작업을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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