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선거·방폐장 투표 '부재자를 잡아라'

'부재자를 잡아라.'

10월 26일 대구 동을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와 11월 2일 경북 경주·포항시·영덕군에서 실시되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 찬반투표에서 부재자들이 결정권을 쥘 것으로 보여 전에 없는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4일 공포된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부재자 투표 대상자가 대폭 확대된 이후 이번 재선거가 첫 시험대가 됐고 이어 방폐장 유치 찬반투표에도 적용된 때문이다.

지금까지 군인·경찰 등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유권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던 부재자 신고 요건이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없는 모든 선거권자로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부재자 신고 요건도 간단해졌다. 이에 따라 철도기관사, 항공사승무원, 택시기사 등 선거일 근무자뿐만 아니라 일반유권자도 부재자 신고가 가능해진 것.

이에 따라 대구 동을 재선거의 경우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와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 간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7일부터 5일간 실시되는 부재자 신고에 양당이 잔뜩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17대 대구 동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전체 투표 인원 8만3천122명 중 부재자 투표가 3천351명으로 4.03%를 기록했으나 한나라당 박창달 후보의 일방적 승리여서 큰 의미가 없었지만 이번 재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돼 부재자투표가 당락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양당에서도 자기쪽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에 대해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을 경우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박재형 조직국장은 "부재자 투표의 득표에서 양당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유권자에게 부재자 투표 방법 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고 한나라당 강진석 조직과장은 "유승민 후보가 대구에 내려왔기 때문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유권자와 접촉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김경회 홍보담당은 "부재자 신고 요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부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부재자 신고서 작성시 투표용지와 홍보물을 받을 주소를 정확히 기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동구선거관리위원회는 장애인 단체나 복지시설 등 부재자 신고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체를 상대로 부재자 신고 안내문을 발송하고 지역 케이블 방송에 안내 광고를 내보내는 등 부재자 신고 홍보에 들어갔다.

11월 2일 방폐장유치 찬반 투표를 앞두고 유치전에 나선 경주, 포항, 영덕 등 경쟁 지역 찬성단체들도 부재자 투표 희망자 확보에 나섰다. 이는 반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떨어지는 찬성론자들을 부재자 투표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일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부재자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방폐장 행선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전체 유권자가 20만8천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경주의 경우 찬성진영 쪽에서는 부재자 투표를 최대 4만 표까지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 활동과정에서 '굳이 반대하지는 않지만 투표장에 나가는 것이 귀찮다'고 말하는 주민들을 부재자 투표로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경주에서는 오는 8일까지인 부재자 신고에 대한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는데, 부재자 신고안내는 적법행위여서 공무원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재자 신고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인사말이 될 정도다.

포항·영덕에서도 부재자에 눈독들이기는 마찬가지. 포항시와 영덕군은 공무원들을 자연부락 단위까지 보내 부재자 투표관련 사항과 기표방법까지 안내하고 있다. 부재자가 늘어나는 만큼 찬성률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국책사업경주유치추진단 관계자는 "투표장에 나가기만 한다면 확실한 찬성표를 던질 사람이 부재자 등록 유도의 주 공략대상"이라며 "이번 투표는 부재자 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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