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一心), 이족(二足), 삼의(三衣). 투자유치와 관련해서 늘 생각하는 원칙이다. 즉, 첫째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얻어야 하며, 둘째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며, 셋째 아름다운 옷처럼 매력을 끌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그동안 많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이끌어냈는데, 일본 도레이사와의 인연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도레이는 70년 역사와 수만 명의 직원을 가진 큰 기업이다. 줄곧 섬유사업을 하다가 몇년 전부터 IT소재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가 2003년 초 내 귀에 들어왔다.
나는 곧 바로 일본으로 가서 사카기바라 사장을 만났다. 나는 경북의 여건과 신산업구조로의 개편 내용을 진솔하게 설명했고 사장 또한 새로운 투자방향에 대해 숨김없이 설명해줬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함을 느꼈다. 그래서 "제가 경북도지사이기 전에 도레이의 사원이 되겠습니다. 경북에 투자해 주십시오"라고 했더니 사장은 당황한 듯 벌떡 일어나며 "아니 지사님께서 어떻게 사원이 되신다는 말입니까? 명예사원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비록 그 자리에서 확실한 투자 약속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열고 첫 만남을 가졌다는 생각에 귀국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나를 명예사원으로 삼겠다면 사원증이라도 주어야할 텐데 말이다. 답답한 마음에 도레이사의 임원으로 있는 한 인사에게 물어보니, 사장은 그때 엉겁결에 나를 명예사원으로 모시겠다고 하고서는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중역회의에서 도지사를 명예사원으로 모시면 뭔가 답례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곧 투자 결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 뒤에도 여러 통로를 통해 경북에 투자해 줄 것을 계속 요청했다. 그러던 중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른 8월 말, 도레이사 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은쟁반에 새긴 명예사원증을 내밀며 경북에 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나는 귀가 의심스러워 재차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최고 수준의 외자유치이다. 그는 여건이 좋은 수도권에 투자하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과 믿음을 준 나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렇듯 무슨 일이든 사람 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밑천이다. 아사히글라스사는 2억6천만 달러 투자를 결정하며 나에게 "한국 공무원이 일본 공무원보다 낫다"며 칭찬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직원들의 헌신이 새삼 고마웠다.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투자유치를 가장 잘해 받은 대통령상은 바로 그들의 몫이 아니겠는가.
이의근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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