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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구조 참가 시민 "아직도 밤잠 설쳐요"

"무대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소리를 듣고 정신없이 운동장 출입문 쪽으로 내달렸지요. 도착 순간 눈앞에 확 들어온 사고 현장은 말로만 듣던 아비규환 그 자체였습니다."

김도겸(44·상주시 개운2동) 씨는 "공연 리허설로 운동장에는 엄청난 음악소리가 뒤덮고 있었지만 이보다 더 큰 귀를 찢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당시의 참상을 설명했다.

상주곶감협회 사무국장인 김씨는 부회장 강동구(44·내서면 밤원리), 실장 박정길(33·〃) 씨 등 협회 관계자 8명과 함께 다음달로 예정된 제1회 상주곶감축제를 앞두고 행사진행을 배우기 위해 오후 5시쯤 미리 운동장에 들어와 무대 주변에 있었다.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현장으로 달려간 이들 3명은 이 사람 저 사람을 정신없이 끌어내 운동장에 눕혀놓고 응급처치에 나섰다. 강씨는 "운동장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끌어내 인공호흡도 하고, 주무르기도 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이미 숨진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고 했다.

잠시 뒤, 구급차가 도착해 의식을 잃은 사람부터 간이 침대에 눕히고 조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부축해 날랐다. 김씨는 "당시 한 여고생은 척추가 부러진 것 같았는데 '학생보다 더 급한 부상자가 있는데 조금 있다가 병원에 가도 참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까 고개를 끄덕여 맨 마지막에 이송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학생"이라고 했다.

1시간 가까이 구조작업을 한 이들은 리허설이 중단된 무대 쪽으로 달려가 행사 관계자에게 "도대체 사람이 몇 명이나 죽은 줄 아느냐"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문화공보계 가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며 분개했다.김씨와 강씨는 "며칠이 지났지만 숨진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거려 술을 마시고 난 뒤에 밤잠을 잘 수 있을 정도"라며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사진=상주공연장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했던 김도겸(왼쪽), 강동구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괴로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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