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계방송 중단, 되풀이되는 악습

올 해도 프로야구의 '가을잔치'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5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독점 중계했던 KBS는 SK가 4-1로 앞선 8회 1사 만루가 되자 '정규방송 사정으로 중계를 중단한다'는 말로 끊고 말았다.

문제는 이날 KBS가 독점 중계하면서 여타 케이블 TV의 중계를 일체 허용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를 보다 만 야구 팬들의 원성이 KBS와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빗발치고 있다.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 되는 것은 KBO가 KBS와 MBC, SBS와 독점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상파는 자회사인 KBS스카이 및 MBC ESPN, SBS 스포츠에 각각 재판매하고 나머지 케이블 TV에게는 일체 중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중계방송 중단에 대해 KBO는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상일 사무차장은 "지상파가 3개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담합해서 협상에 나서기 때문에 KBO가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올 해 방송 3사의 중계권료는 70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 90억원보다 대폭 삭감됐지만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KBO는 군소리없이 도장을 찍었다.

70억원을 지불한 지상파 3사가 정규리그에서 중계한 횟수는 KBS가 10여차례, MBC 3차례, SBS가 딱 1번 이었다.

특히 SBS는 지난 7월 올스타전을 중계하겠다고 알려와 KBO가 팬들의 원성속에도 경기 시간을 변경했지만 SBS는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방송사들의 횡포가 이어지자 대다수 야구인들은 이제 KBO가 중계권료를 선택할 지, 야구팬들의 볼거리를 존중해야 될 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사단법인인 KBO는 원칙적으로 회원이 8개구단의 회비로 운영되야 하지만 이사회의 합의에 따라 회비 대신 중계권료로 대신하고 있다.

KBO 운영비가 필요하다면 이제라도 8개 구단의 회비를 모으면 된다.

연간 4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구단이 있는 마당에 KBO 회비 10억원 쯤은 큰 부담도 아닐 것이다.

KBO 운영비만 확보되면 야구팬들은 방송 중단이 없는 케이블 TV를 통해 '가을잔치'를 끝까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는 3시간짜리 시간제 스포츠가 아니고, 8회 1사 만루에서 끝나는 경기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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