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을 서둘러 철군하지 않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거듭된 입장표명에도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이라크 저항세력의 힘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재 근 14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인식되면서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으며 이런 정서가 저항세력의 확대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많은 민간 전문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은 군사력이 아닌 정치적인 방법, 즉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를 육성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만 저항세력을 제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조지 케이시 장군은 지난달 29일 의회 증언을 통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존재가 점령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이라크인들에게 심어주고 있으며 이라크 보안군이 치안문제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더 필요한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은 같은 자리에서 미국이 이라크 영토와 자원에 욕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점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라크 내 친미세력 역시 헌법채택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긴장완화를 위해 도심지역에서 미군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 미 정부 관리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 당국도 2003년 말까지 이라크 주둔군 규모를 3만 명 수준으로 축소시킨다는 계획이었으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 등으로 동맹국들이 등을 돌리면서 2004년에는 오히려 병력을 추가로 이라크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전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을 서둘러 철군시키면 저항세력을 더욱 대담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재차 역설했다.
여기에 이라크 내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일부 현장 지휘관들은 저항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이견이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시기와 규모, 속도 등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철수계획을 만들어 내는데 악전고투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앞으로 이라크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한 내부갈등이 더욱 격화되면서 부시 행정부가 철군계획을 수립하는데도 더욱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13만8천여 병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전후해 한시적으로 병력수를 14만4천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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