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결혼 시즌 혼수가전 가이드

손품·발품 팔면 '2배 알뜰'

신혼부부 중 40% 정도가 9월 중순부터 10월 말 사이 결혼식을 올린다. 그만큼 혼수 시장에서 가을은 단대목인 셈. 하지만 구매하는 예비부부들로선 상당히 고민스런 기간이기도 하다. 특히 가격대는 물론 종류가 일일이 꼽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가전제품의 경우, 신혼살림에 적당한 크기부터 어느 회사 제품을 골라야 할지 등 이만저만 갈등이 아니다. 7~10년을 내다봐야 하는 가전제품, 과연 어떤 제품을 어떻게 고르는 것이 좋을까. 최근 가전 트렌드와 구매시 주의점 등을 살펴본다.

△백색가전에서 영상가전으로

작년 말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혼수 가전 트렌드의 가장 큰 변화는 구매 포인트가 종전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에서 TV, 홈시어터 등 A/V 가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LG전자 하이프라자 침산점 박준석 과장은 "작년 또는 올 봄부터 시작된 혼수 트렌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금액대에 관계없이 전체 혼수금액 중 AV 가전 구입비가 절반가량 차지하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HD급 디지털TV와 벽걸이TV의 가격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 같은 추세는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가전 선택시 신부보다 신랑의 의사가 훨씬 많이 반영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가전매장 관계자들은 전한다. 삼성전자 리빙프라자 경북지사 김명진 씨는 "심지어 다른 가전은 중저가형을 택하는 대신 TV만 최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며 "남성 선호 품목인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컴퓨터 등도 혼수에 포함되는 추세"라고 했다.

TV의 경우, HDTV 구매가 가장 높으며 특히 29인치, 32인치 슬림TV의 판매 비중도가 높은 편. 프로젝션TV의 구매 선호도는 현저히 떨어진 데 비해 여전히 HD급 슬림형 브라운관TV는 혼수시장의 주력 품목이다. 최근 들어서는 PDP, LCD TV를 구매하는 예비 부부도 늘고 있지만 500만 원을 웃도는 신형·대형 모델보다는 200만 원대 보급형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냉장고는 670~680ℓ급의 대형 양문형에 홈바를 갖춘 제품이 인기가 있으며, 세탁기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건조기능이 있는 10㎏급 드럼 세탁기를 선호하고 있다. 아직 혼수시장에서 필수품목에는 들지 못하지만 김치냉장고 수요도 꾸준하다. 종전에는 160ℓ대 제품이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엔 신혼부부들도 180ℓ급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많다. 이들 생활가전 구매의 특징 중 하나는 색상을 중시한다는 것. 가격대가 다소 높더라도 주방가구 색깔에 맞춰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주로 찾는다. 동아백화점 가정용품팀 이희주 과장은 "올 가을 가전제품 혼수경향은 대형화, 고급화가 두드러진다"며 "하지만 무조건 고가형을 선호한다기보다는 편리성·내구성 등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 구매패턴이 강하다"고 했다.

△ 선택시 주의할 점

유통업체에서 구성한 '혼수 패키지'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사용하지도 않을 제품을 덤으로 구입하거나 집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 롯데 대구점 가정매장 김호준 파트매니저는 "무조건 패키지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입주할 신혼 집의 크기와 구조를 잘 고려해 미리 필요한 품목을 정해서 쇼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통업계 및 가전 직영점·대리점마다 다양한 혼수 특판을 실시하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서라도 잘 비교해 구매해야 한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11일부터 19일까지 '삼성전자 혼수대축제를 열고, 지정품목에 한해 LCD TV를 최고 100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롯데 대구점은 9일까지 'LG 해피 웨딩 페스티벌' 행사를, 상인점은 16일까지 '삼성, LG 혼수 패키지 특집전'을 마련한다. 동아백화점 전점은 31일까지 청첩장을 소지한 고객에게 금액대별로 동아상품권을 증정하는 혼수 특집전을 한다.

당연한 말인데도 차일피일 구매를 늦추다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급하게 일괄 구매하는 예비 부부들이 여전히 많다. 최근엔 '손품을 판다'고 표현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꼼꼼히 가격을 비교한 뒤 매장을 찾는 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매 한도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견물생심형' 쇼핑을 막기 위한 좋은 방법. 하이마트 평리점 김기수 판매부장은 "제품마다 몇 만 원 혹은 몇 십만 원만 보태면 프리미엄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고르다보면 총액이 200만~300만 원씩 초과하기 일쑤"라며 "액세서리 기능이 필요한지, 기본기능만 충실하면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토스터, 전자레인지, 다리미, 스탠드 등 소품류는 직접 장만하기보다는 친구나 친지들로부터 선물받는 것도 알뜰 혼수 마련의 노하우. 롯데 대구점 가전매장 이대희 담당은 "소형 주방 가전의 경우 구입하지 않고 모델명과 가격만 체크하는 예비 부부들이 많다"며 "모델명까지 알려주면, 선물을 고르는 부담도 없애고 원하는 제품도 장만하는 효과를 거둔다"고 했다.

대백프라자점 전자담당 조래욱 계장은 "혼수시즌과 하반기 아파트 신규 입주가 겹치면서 지역 가전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라며 "입소문만 믿지 말고 시간이 걸려도 많은 매장을 다녀보는 것이 알뜰 쇼핑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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