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설치미술가 전종철씨

'무궁화꽃이 피어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 전시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인2가 한기숙갤러리 3층 전시실, 새로 조성된 공간 한쪽 벽으로 OHP가 푸른색 영상을 쏟아냈다. 가로 세로 선으로 시작된 영상은 어느덧 면이 되고, 면이 쌓이면서 하나의 공간이 됐다. 차곡차곡 쌓여가던 면들이 연출해낸 것은 독도, 한반도 동쪽 끝을 외로이 지키고 서있는 섬이었다. 그러나 화면 속 독도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파도치는 바닷물 위로 하나씩 늘어서는 스테인리스 미러판들의 집단 군무, 눈부신 태양빛이 출렁이며 독도는 어느새 환상의 무대 위 주인공이 돼 있었다.

설치미술가 전종철(48) 씨가 구상한 '독도의 메시지 - 무궁화꽃이 피어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이 펼쳐낸 장관이었다. 전씨의 관심은 독도 문제이다. 해방 이후 한일 양국 간 첨예한 대립의 근원지인 독도, 전씨에게 독도 문제는 언젠가 다시 불거져 나올 끝나지 않는 논쟁이다. 그래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방법은 기존의 이성적, 혹은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다. 문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 "독도문제를 문화적인 코드로 풀어내고 싶다"는 것이 전씨의 희망.

전씨가 제안한 '문화적인 방법'이란 독도 주변에 100만 개의 스테인리스 미러판을 띄워 태양빛에 반짝이는 거대한 형상을 연출하는 것이다. "크리스토의 작업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듯이 거대한 규모의 설치미술 작업에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레 세계인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것이 전씨의 설명.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크리스토는 베를린의 독일 연방의회 건물이나 섬, 뉴욕 공원 전체를 천으로 에워싸는 설치미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회는 독도에서의 설치작업에 대한 범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됐다. 150억 원에 달하는 프로젝트 비용을 국민기금(한 사람당 15만 원)으로 조성할 계획이기 때문. '독도 수호'라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을 스테인리스 미러판에 담아낸다는 생각이다. 미러판에는 각각 고유번호가 새겨진다. 전씨는 이를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 성금을 낸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하나씩 나눠주려 한다. 그 시작품 10여 점들도 만들어져 2층에서 전시 중이다. 전씨는 "제작·설치·운반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는 흠집까지 작품 속으로 형상화해 냈다"고 설명했다.

전씨의 작업에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천연보호구역에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씨는 이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관리 당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안전·환경 문제 등에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것. 전씨는 "해상 이벤트라 환경에 해가 안될 것이다. 미러판의 형태나 연결 방법 등을 다각도로 접근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씻겠다"고 했다.

전씨는 현재 문화관광부에 한강 노들섬에서 펼칠 '통일 메시지 연출 프로젝트'에 예산지원을 신청해놨다. 이 프로젝트는 '독도 메시지전'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강 노들섬 주변에 한반도 모양으로 미러판을 늘어놓고 빛의 쇼를 펼쳐 통일에 대한 의지를 알리는 작업이다. 독도 작업을 먼저 진행하고 미러판을 옮겨 설치하려던 계획을 약간 변경했다. 한강 프로젝트는 올 연말쯤 신청 결과가 나오며 내년에 작업이 진행된다.

미러판 운반 과정도 '대장정 퍼레이드 퍼포먼스'로 진행된다. 자원봉사자들이 자동차로 혹은 오토바이로 직접 미러판을 옮긴다. 태백산맥을 넘어 독도까지 이동하는 100만여 개의 미러판은 또 다른 장관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은 항공촬영될 계획이다.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임이 분명함에도 전씨는 "'가능하면…'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전씨는 "벌써부터 참여의사를 밝힌 경우가 많아 분위기는 좋다"며 자신의 희망이 괜한 허세가 아님을 강조했다.

"국채보상운동의 근원지인 대구가 전 세계에 한국인들의 독도수호 의지를 밝히는 이번 프로젝트의 구심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22일까지 열리며 8일 3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있다.

053)422-5560.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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