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요리 배우는 부부 늘고 있다는데…

"세몰리아는 고급 밀가루라는 뜻이에요. 통밀이어서 보통 밀가루와는 좀 다르지요. 물론 몸에 좋고요. 자, 우선 밀가루를 체에 거릅니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이태리 문화요리교실 '알덴떼(al dente)'.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이 스파게티 면을 만들어 보이고 있는 정원화(44)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즐겁게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따라 만들고 있는 주부들 사이로 앞치마를 두른 남성 몇 명도 눈에 띄었다.

"집에서 설거지는 거드는 편인데 이렇게 아내와 함께 이태리 요리를 배우니 아내를 더 도와줄 수 있어 집안 분위기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아내 김인옥(49·대구시 수성구 상동) 씨와 함께 스파게티 면을 뽑고 있던 이상학(49) 씨는 "처음엔 여자들 틈에 끼어 요리를 배우는 게 쑥스러웠지만 막상 해보니 너무 즐겁다"고 했다.

1주일에 한 번 외식하는 셈 치고 요리교실에 나와 음식 만드는 것도 보고 와인 한 잔 하며 이태리 음식 먹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아내 조두리(53·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씨의 권유에 나오게 됐다는 소병기(62) 씨. "여자들이 많이 있어 부끄럽기도 했는데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으며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게 즐거워 결국 초·중·고급 3개월 과정을 다 끝냈다"고 했다.

"주부들이 새로운 요리를 배워 집에서 정성스레 만들어 식탁에 올렸는데 남편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면 다시 요리할 생각이 들겠습니까. 남편들이 그 음식 문화를 같이 알아야지요."

김영수(45) '알덴떼' 대표는 가족이 함께 음식 문화를 즐기려면 남편의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같이 요리를 배우지 않더라도 요리교실을 마무리하는 스테이크 시간에는 남편들까지 초청해 우아하게 저녁식사하며 아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고 했다.

"부부가 결혼해 오래 살수록 무덤덤해지기 마련인데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한 가지라도 있으면 저절로 대화가 풀릴 것 같아요. 그게 요리면 남편들이 즐겁게 체험해 보며 아무리 하찮은 음식 같아 보여도 신경을 쓰는 아내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 거고요."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강식인 이태리 남부 카프리섬과 나폴리 요리 강의를 맡고 있는 정원화 씨는 만삭인 아내와 함께 요리를 배우는 젊은 남편부터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요리를 배우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며 부부가 음식 문화 자체를 즐기도록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태리 문화요리교실(주 1회 4주 과정,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7∼9시) 초급반 6만 원, 중급반 8만 원, 고급반 10만 원(재료비, 식사, 와인 포함). 053)475-9097.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 1주일에 한 번씩 저녁시간에 짬을 내 요리를 배우고 식사하는 일이 즐겁다는 이상학, 소병기 씨 부부.(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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