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사장 인근 "겁나 다니겠나"

관리 엉망…보행자 안전 위협

신상원(44·경산시 옥산동) 씨는 지난달 말 아내 이경란(37) 씨가 사고를 당하고 직장까지 잃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고 밭에 일하러 나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다리를 다쳤다는 전화가 걸려온 겁니다. 한 아파트 공사현장 정문 앞을 지나다 건설사에서 덮어놓은 도로위 철판에 미끄러졌다더군요. 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가 손상됐다며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깁스까지 해야 했죠."

오후에 식당에서 일을 하던 이씨는 결국 식당일도 할 수 없게 됐다. 급한 마음에 2주 만에 깁스를 풀었지만 식당에서 이미 다른 사람을 구한 뒤였다.

신씨가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무성의한 건설사 측의 태도 때문이다. 건설사에 연락해 이씨가 일하던 식당의 한달치 월급(130만 원)만이라도 물어달라고 했지만 건설사는 "길가다 넘어진 것까지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발뺌했다는 것.

"길바닥에 깔아놓은 반질반질한 철판 위에 청소를 한답시고 물까지 뿌려놨으니 안 넘어질 수가 있겠습니까. 도로 위에 철판을 놓아 둬 턱까지 생겨 지나다니기에도 불편하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 넘어진 사람이 여럿이라더군요. 공사현장 관리를 제대로 못한 건설사가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맞벌이를 하던 아내 이씨가 일자리를 잃어 경제적 타격도 크다. 이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건설사는 이씨의 치료비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는 게 신씨의 얘기다.

ㄷ건설 현장 사무소 관계자는 "현장 직원에게 다친 분을 일단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했지만 미처 연락처를 챙기지 못한 것은 실수"라며 "현장 앞에 놓인 철판은 예전에 공사를 진행하던 시공사에서 가져다 놓은 것이지만 공사현장에 있던 것인 만큼 신씨 측과 협의해 도의적인 부분에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아파트 공사현장 정문 앞을 지나다 도로위에 깔아놓은 철판에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이경란 씨가 사고상황을 설명하고있다. 정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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