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 주택을 찾아서> 고령군 다산면 벌지리 김승환 씨 집

'꿈꾸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고령군 다산면 벌지리 김승환(56) 씨 집은 그의 꿈이 결실을 맺은 전원주택이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서 차로 30분만 달리면 펼쳐지는 별천지. 가슴으로 품고 싶을 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겨운 산과 아담한 못이 정원처럼 자리잡고 나지막한 뒷산이 덤으로 자연을 느끼게 하는 곳. 뻐꾸기, 두견새 소리 들으며 봄이면 개나리, 연산홍, 채송화, 봉숭화, 꽃잔디 등 셀 수 없이 많은 꽃들이 무지개 빛을 이루고 황량한 겨울에도 키 작은 둥근 소나무 등 상록수들이 초록빛을 잃지 않는 안식처다. 화원읍까지도 차로 15분밖에 안 걸리니 돌아서면 도심이고 돌아서면 자연인 곳에 그의 보금자리가 자리하고 있다.

"대구에서 가까운데 있으면서 전원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제가 직장에 나가고 아내도 매일같이 대구를 들락거리니까요."

길도 없이 나무가 우거지고 도랑이 무너져 내려 버려진 땅. 누구도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지 못하던 곳에 꿈속으로 그리던 집을 지어 산 지 만 2년이 됐다. 대지 200평에 텃밭이 440평, 건평이 37평. 취직하고 대학교에 다니며 한번씩 집에 들르는 세 아들 없이 부부가 사는 집은 작게, 터는 넓게 잡아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모양내지 않고 자연의 생김새를 그대로 살린 모습이 소박한 집 주인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집도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했죠. 가볍고 두꺼운 벽돌 안에 공기가 차있는 건강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지 않고 공기가 통하는 패널로 안팎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보기 좋은 실크 벽지도 바르지 않았다. 공기가 통하게 값싼 일반 합지를 골라 몸에 해로운 접착제를 쓰지 않고 풀로 바른 게 전부다. 넓은 터는 그의 땀과 정성이 곳곳에 숨어있다. 소나무, 이팝나무, 매실나무 등 그가 직접 심어 가꾸고 있는 나무 종류가 35가지. 계절마다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도 그의 애정 어린 손길로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잡는다.

"유유자적하게 자연 속에서 외따로 사는 것도 좋겠지만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야 정겨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집 앞 저수지 낚시터에 온 사람들이 놀러오면 비닐하우스에 심어 놓은 상추, 고추도 따 가라 하고 차도 권하지요."

자신 역시 낚시를 좋아하지만, 요즘엔 낚시도 가족 단위로 많이 와 주말마다 가정을 등지고(?) 낚시에 빠져 아내의 눈총을 받는 남편의 모습도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정원에 스피커를 설치해 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나무 손질을 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전원에 묻혀 사는 기분이 듭니다. 비 오는 날 음악은 너무 좋아요."

앞으로 10년 계획을 세워두고 좋아하는 분재를 하나씩 채워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늦어도 50대 초반에는 전원생활을 시작해 힘과 노력을 기울여야 꿈을 이룰 수 있다며 많이 다니면서 보고 공부한 만큼 집도 값싸게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정용의 전원주택ABC

대구·경북지역에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때는 1980년 초부터다. 주말농장을 일부 도시 사람들이 구입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전원으로 눈을 돌리는 도시 사람들이 늘어났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에서는 '8·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모든 부동산의 거래는 군·구청에서 검인을 받아야 하고 농지(지목이 전, 답, 과수원)는 농지매매 증명원을 받은 사람에게만 매입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시외의 부동산거래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가 쉬운 시골집들의 경우 투자도 되고 주말주택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점 때문에 도시민들이 구입하면서 전원주택(촌집) 붐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1990년 중반부터 달성군 가창면 오리(양지마을)에는 기존 주택의 개조에서 벗어나 이주택지권을 이용한 새로운 주택의 신축이 이루어졌다. 또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산시 와촌면에는 '유창전원마을'이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건립돼 1998년 33가구가 입주했다. 집집마다 주문주택으로 지어졌고 지형에 맞는 정원을 각각 만든 후 전원주택단지를 분양함으로써 아파트의 편리성만 강조되는 획일적인 주택문화에 싫증을 느낀 시·도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후 동구 중대동의 '화성그린빌' 등이 건립되고 영천시 호당리에는 미국식 통나무주택 4가구가 동호인 주택으로 지어졌다. IMF외환위기 이후 주춤하던 전원주택은 1999년 청도 '문화마을', 칠곡 동명의 '팔공블루힐', 경산 상대온천입구 '프라임벨리'(37가구), 경산 와촌의 '2차 유창전원마을'이 완전 분양됨으로써 전원주택의 관심도 점차 높아졌다.

금융권에서 시작된 주5일 근무제가 점차 확대되면서 여유 시간을 전원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본다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원주택은 지금부터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부동산 평론가)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jg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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