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품 '僞作조직' 발본색원을

국민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화가 대향(大鄕) 이중섭(李仲燮'1916~1956)과 미석(美石)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그림이 '무더기 가짜'라는 검찰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검찰이 직접 '위작'으로 밝힌 58점 외에 위작 가능성이 높아 소장가(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로부터 압수한 두 화가의 작품이 무려 2천740점에 이른다니 엄청난 후폭풍도 우려된다.

이번 '위작 소동'에 박수근의 유족과는 달리 이중섭의 유족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유족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현지 국공립대와 관련 국가기관에 의뢰해서 재감정을 의뢰, 진실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애호가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위작 시비를 가려야 할 유족이 가짜 소동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실을 용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가를 둔 가족들은 그의 명예를 끝까지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 않은가.

해방 이후, 시장 규모가 커진 국내 미술계에서는 '위작 생산자가 있다'는 설과 함께 '가짜 소동'이 꾸준히 터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진위 여부를 철저히 가리지 않은 문화계의 미온적인 관행이 이번 사태를 부추기지 않았나 싶다. 천경자의 '미인도', 청전 이상범의 '추경 산수', 도천 도상봉의 '라일락꽃' 등이 위작 시비에 휩싸였으나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모처럼 위작에 대해 진실의 칼을 빼든 검찰은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 객관적이고 공정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건 반가운 일이다. 대학 교수,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장, 화랑 대표 등 16명으로 구성된 감정단이 서로 알지 못하도록 한 채, 개별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취합했는데 전원이 위작 판정을 내렸다. 감정 방법도 '안목 감정'만이 아니라 종이 제작 연도 측정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한 필정 감정과 같은 과학적인 방법을 병행했다. 가능하다면 명성 있는 국외 전문가나 기관까지 동원할 필요성도 있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드러나지 않은 위작 생산 조직을 끝까지 추적, 발본색원해야한다. 국내외에서 공신력을 지닌 전문감정기관의 설립도 늦춰서는 안 되며, 유통 난맥을 바로잡는 시장 대책까지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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