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조류독감의 공포에 싸여 있다. 21세기의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틀 전 미국에서 열린 국제 조류독감 회의에서 미 보건부 장관은 "올해 아시아에서 유행 중인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탄생, 사람끼리의 접촉으로 확산되면 재앙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한 달간 조류독감으로 7명이 숨졌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겨울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이미 닭'오리 등에 옮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1997년 홍콩에서 발생, 세계를 경악게 한 조류독감으로부터 안전한 성역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미 보건부 장관의 "세계는 대 재앙에 대한 대응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경고는 우리 정부나 방역 당국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올 3월 질병관리본부가 조류독감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재난 대비 모의훈련 시나리오는 1천500만 명이 조류독감에 감염돼 이 중 9만~45만여 명이 숨지는 내용이었다. 최악 상황의 가정이지만 조류독감의 엄청난 파괴력을 알게 한다.
보건 당국은 갖가지 대처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 같은 훈련을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적응할 수 있느냐가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조류독감의 가장 우선적인 초기 대응책으로 꼽히는 격리수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치료약이나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환자를 격리 치료할 무균병실은 전무하다. 두해 전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흐지부지됐다. 예산도 아예 외면됐다. 문제가 터지면 호들갑을 떨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정부의 무책임 때문이다.
농림부는 겨울 철새가 도래하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모든 전염병과 마찬가지로 조류독감 역시 예방이 우선이다. 아직 예방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개개인의 위생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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