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바람.바람...내 남편도 혹시…

립스틱 묻혀오고…여인에게 문자 메시지까지

남편의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 아무리 간 큰 아내라고 해도 이를 보고 눈이 '확' 뒤집히지 않을 여성이 어디 있을까. 지난달 26일 충남 천안에서는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하던 30대 의사가 결백을 증명하려는 듯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술 많이 마시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주부 이모(45) 씨는 직장에서 회식이 잦은 남편의 와이셔츠를 빨려고 펼쳐 든 순간 불그스름한 립스틱 자국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내 남편이 술집에서 어떤 여자와 행동을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립스틱을 묻혀 오나 온갖 상상이 되고….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대범하게 '첫 경고'를 주고 넘어가는 아내들도 있지만, 많은 주부들이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캐묻고 따지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남편을 의심하며 와이셔츠에 립스틱, 분가루, 향수 등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게 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유치해 보일 수가 없다는 것.

하지만 남편들은 "일 관계로 술자리를 가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대수롭잖은 반응을 보여 아내의 열을 더 치받치게 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 같았다.

직장인 김모(51) 씨는 "술집 아가씨들이 짓궂게 립스틱 자국을 더 묻히는 경우도 있다"며 "아내가 하도 의심을 하기에 직접 술집으로 데려가 술 한잔 하며 확인시켜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주부 박모(35) 씨는 습관적으로 와이셔츠에 립스틱을 묻혀 오는 남편의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비장한 카드'를 꺼냈다.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글로 쓰라고 한 것.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남편을 보며 그녀는 혈서를 쓰기를 요구했다. 먹은 게 체해 바늘로 손을 따는 것도 무서워하는 남편은 과감하게 먼저 혈서를 쓰는 아내를 보며 마지못해 혈서를 쓰고 결국 버릇을 고쳤다고 한다.

이런 립스틱 사건에 대해 주부 최모(43) 씨는 "농담으로라도 애인이 없으면 무능력한 것처럼 비쳐지는 세상에 어설프게 와이셔츠에 립스틱을 묻혀오는 남편은 대다수가 '무죄'가 아니겠느냐"고 짐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좀더 심각한 경우가 적잖아 보였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김모(39)씨는 호기심에 남편의 문자메시지를 열어 보았다가 '딴 생각'을 하는 남편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집에서 내쫓는 강공책을 썼다고 한다. 회사 근처 여관에서 지내며 날아갈 듯 자유로움을 느끼던 남편은 하루, 이틀, 보름… 시간이 지나면서 종업원의 눈치도 보이고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 달 뒤 집으로 들어오라는 아내의 말에 감지덕지하며 여관을 나서는 남편 왈, "발령이 나서 고향으로 다시 갑니다." 결혼 10년차로 남매를 둔 주부 강모(38) 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남편의 외도를 알아채고 이혼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남편이 술자리로 늦어져 새벽 3시쯤 전화했더니 먼저 자라고 하더군요. 4시쯤에 들어왔다고 했는데 남편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새벽 3시 22분, 29분 두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한 사실이 있어 물었더니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겁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돼 그 번호로 전화하니 어떤 여자가 받더군요. 화가 난 남편은 되레 저보고 이혼하자고 합니다. 그 여자와 살겠다고 말이지요." 한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그녀는 이혼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답한 심정에 우울증 증상까지 호소하고 있다.

교사 이모(42·여) 씨는 "가족이 모여 보는 TV 드라마도 온통 불륜을 다룬 소재들이고 남편, 아내 가릴 것 없이 바람 피우는 얘기를 주변에서 흔하게 하니 평소와 다른 배우자의 작은 행동에도 혹시나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닌지 더 의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가족학 박사인 최선남(영남이공대 아동복지과) 교수는 "과거보다 성이 열려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누구나 바람에 대한 상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휴대전화, 인터넷 등이 보급되면서 실지로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또 "결혼 전에는 환상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배우자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결혼의 위기를 많이 겪게 된다"며 "부부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부부교육 등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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