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만든 민규동 감독

단편영화들에 이어 장편 데뷔작 '여고괴담2'를 내놓으면서 그는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독특한 스타일과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시선 등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차기작을 내놓기까지는 무려 6년의 시간이 흘러야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난산 끝에 내놓은 두번째 장편이 가을 극장가에 '사고'를 칠 기세이기 때문이다.

민규동(35) 감독이 멜로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제작 두사부필름)을 들고 극장을 노크했다. 7일 전국 3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각양각색의 일곱 커플을 내세워 그들의 일주일을 카메라에 담은 사랑에 관한 보고서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설명하면 그는 싫어하지만)를 말끔하게 만들어낸 그는 "영화가 잘될 것 같다"는 인사에 "감독 인생이라는 것이 도박판의 룰렛 같은 것이라 동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지금 마음은 평온하다"며 싱긋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차기작을 내놓는데 오래걸렸다.

▲'여고괴담2'를 끝내고 2년 정도 프랑스에 가서 살았다. 영화도 실컷 보고 해외영화제도 많이 돌아다녔다. 귀국해서 '솔롱고스'라는 작품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잘 안됐다. 그후 너무 나만이 좋아하는 영화를 고집하는가 싶어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장르 영화를 몇편을 고민했다. 그러나 그 작품들 역시 '여고괴담2'의 꼬리표라고나 할까, 내가 굉장히 이상한 영화를 만들 것 같은 선입견 때문인지 영화화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시름시름 앓았다. 말 고삐를 잡고 칼을 들고 뛰쳐나갈 태세인데 말이 나무에 묶여 있는 꼴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몇년째 뛰니까 허리도 아프고해서 말에서 내려왔다.(웃음) 다시 1년 반이 흘렀다.

--'내 생애…'는 본인이 준비하던 작품이 아니다.

▲제작사에서 원안 시나리오를 주며 영화화 제의를 해왔다. 내가 시작한 작업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마치 한참 연애하다가 정작 결혼은 딴 여자랑 선보고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게 결혼했어도 애정을 갖고 같이 살면서 물이 스며들듯이 내 사람이 되가는 느낌. 어쨌든 이 영화 역시 내가 만드는 이상 내 화두가 들어가지 않겠는가.

지나고 나니까 가슴이 넓어진 것도 같고, 내 안에 방이 여러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내게는 이 영화가 '실험' 영화의 성격이 짙은데, 그런 실험이 굉장히 의미있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복잡한 구조다. 시나리오 각색에 얼마나 투자했나.

▲9개월 정도 혼자서 작업했다. (원안은 내것이 아니지만) 내가 요리사니까 요리를 직접 하려면 쇼핑부터 하고 레서피도 고쳐야했다. 캐스팅하면서도 계속 각색했다. 압축해나갔고 구체화했다. 동시에 어느 한 이야기라도 빠지면 네트워크가 무너지는 구조라서 전체를 신경써야했다. 또 특정 인물에 끌려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배분해야했다. 덕분에 순서편집에서 10분 정도만 들어냈다. 시나리오 작업 과정이 길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거의 그대로 찍었고 그대로 편집됐다. 촬영하면서 10신 정도를 없애기도 했다. 편집도 한 열흘 정도밖에 안 했다.

--한국판 '러브액츄얼리'라는 설명을 그렇게 싫어한다던데.

▲그런가.(웃음) 감독으로서 '오리지낼러티'라는 화두를 늘 갖고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지 않나. 이 영화에는 스포츠, 액션, 신파, 멜로가 골고루 녹아있다. 각 이야기를 다양하게 해야한다는 절박함에 도전해보니까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오리지낼러티'를 갖고 있든 아니든.

--'여고괴담2'에서 보여준 스타일이 묻혔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전작이 세밀화였다면 이번에는 크로키 같은 것이다. 좀 다른 시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단편영화 때부터 쌓아온 영화적 화두나 스타일에서는 좀 점프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 자신 그것을 정확히 알고 한 작업이다.

--캐스팅, 촬영 비화를 얘기해달라.

▲주현씨를 제일 먼저 캐스팅했고 임창정씨가 마지막 주자였다. 대부분 일찌감치 출연의사를 밝혔지만 막상 계약서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참 오래걸렸다. 모두들 상대 배우와 다른 커플들의 캐스팅을 주시하더라.(웃음) 동성애자 역은 천호진씨를 놓고 썼는데, 연기하면서 너무 센 표현은 오히려 들어내야했다. 그랬더니 천호진씨가 섭섭해했다.(웃음) 연기변신을 시도한 김수로씨는 캐릭터 분석을 아예 리포트로 써오는 열성을 보였다. 오미희씨(극중 '오드리'로 불린다)의 경우는 캐스팅 전화를 했을 때 마침 백화점에서 오드리 햅번이 좋아했다는 빨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고 해 인연이다 싶었다.

--이제 뭐 할 건가. 또 프랑스 가나.

▲이젠 아이도 있고 빚도 갚아야 하고….(웃음) 그동안 준비해왔던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구체화해나갈 것이다. 세 가지 아이템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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