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제공화국'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인가?

이러저러한 이름으로 1천여 개가 넘는 축제가 1년 365일 내내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축제를 통해 한몫을 잡으려는 무경험·무면허 대행사가 난무하고 결국 지난 3일엔 상주에서 11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축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축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너도나도 축제개최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방자치제가 출범한 1994년 이전 287개에 불과하던 지역축제가 10년 만인 지난해 1천178개로 4배나 급증했다. 경북도의 경우 문화관광축제와 읍면 단위 농·특산물 축제를 합쳐 75개에 이른다. 그 중 문경이 한국 전통찻사발 축제, 칠석차 문화제 등 11개로 가장 많고 영주도 소백산 철쭉제, 강수욕 축제, 풍기인삼 축제 등 8개의 축제가 있다. 영덕도 8개의 축제를 치르다가 해변축제 속에 은어축제를 통합하는 소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군위군과 의성군을 제외하고는 경북도 내 21개 시·군이 모두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민선 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 축제가 급증한 이유는 자치단체장들의 생색내기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색이나 수익성을 도외시하고 차기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축제를 늘리기 때문이다.

경북도 내 한 지자체 축제 업무 담당 간부는 "지역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동원해 단체장의 치적 홍보와 얼굴 알리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축제나 이벤트를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말했다.

축제가 많다 보니 인근 자치단체끼리 '원조 논쟁'으로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봉화와 울진의 '송이축제', 봉화와 영덕의 '은어축제', 영덕과 울진의 '대게축제', 영주와 청송의 '사과축제'가 그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보다는 예산낭비만 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가 붕어빵 축제

양적으로 급증한 축제는 그야말로 개최를 위한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원동원을 위해 특정한 주제나 형식 없이 여러 가지 행사의 조합으로 구성된 '백화점식' 프로그램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축제 속에는 노래경연대회나 풍물 및 농악 공연, 연예인 초청 공연 등이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행사는 엄청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오는 19∼23일 열리는 청송 문화·사과축제 전체 행사비 3억2천여만 원 중 인기연예인 초청 공연 및 방송자재 사용료 7천200만 원, 캐나다 국적의 5인조 밴드 공연에 2천여만 원 등 30%가 낭비성 1회 행사비용이다.

영양군도 단오행사, 산나물 축제 등 5차례의 각종 축제를 개최하면서 연예인 초청 축하 공연에만 2억4천500여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많은 축제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이는 연예인 초청행사가 인원동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치단체들이 쉽게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계 공무원은 "간부들이 축제의 성패를 독창성이나 경제성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얼마나 많이 왔느냐로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아 인원 동원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연예인 초청 공연이 필수"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상당수 축제가 차별성 없이 '먹고 즐기는' 선심성 일회성 동네잔치로 전락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냄에 따라 이제 축제도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소 오순환 소장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급증한 축제들이 이제 구조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며 "이제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 속에 창의적이고 특화된 축제만이 살아남는 만큼 이 같은 프로그램 개발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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