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쥐' 맡은 아킴 토어발트(62)씨

"세계적 무대에 세계적 작품을"

"훌륭한 시설을 갖춘 무대에 작품을 올리게 돼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내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요한 시트라우스의 '박쥐'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선보일 독일 칼스루에 국립극장 극장장 아킴 토어발트(Achim Thorwald·62)씨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2005 대구오페라축제' 감상 소감을 대신했다.

8일 첫 한국 나들이에 나선 그는 "깨끗한 도시 이미지와 완벽하다시피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시설은 세계 어느 유명한 오페라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이런 무대에 걸맞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칼스루에 국립극장은 독일에 있는 20개의 국립오페라단 중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근무하는 인원만 660명에 이른다. 오페라단, 발레단, 연극단 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페라단의 경우 성악가는 물론 오케스트라, 무대, 의상팀까지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기까지의 모든 요소를 한 곳에 두고 있어 공연의 종합적인 지휘는 물론 공연의 시작과 준비, 마무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단순히 공연장만 제공하는 한국의 극장체계와는 다른 점이다.

"연간 50개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공연 횟수만 700회가 넘습니다."

작품 가운데 30개 정도는 매년 새로운 작품이 공연될 정도로 극장의 구조가 튼튼하다. 이런 공연으로 칼스루에 극장을 찾는 관객수만 연 평균 3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칼스루에 국립극장은 320년이라는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는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력하고 발전해왔는지를 알게해준다.

"독일 사람들은 비평가적 기질이 많습니다. 때문에 작품이 나쁘면 극장을 찾지 않죠. 대구에서 매년 열리는 오페라축제는 이런 의미에서 많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유명오페라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문화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에 오는 세계 유명 극장, 예술인들에게 이런 문화도시 대구를 알리는 계기가 된다는 것.

그는 그러나 세계속 대구를 위해서는 문화, 예술에 대한 정부차원의 재정지원이 충분히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의 학교 등을 찾아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주는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했다. 미래의 관객은 곧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

독일연방에 있는 공립극장수는 모두 140개. 모든 공립극장이 시, 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뒷받침이야말로 독일 오페라를 세계에 알리고, 독일의 문화저력을 보여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와 시가 매년 문화에 투자하고 있는 돈만 연간 10조 4천억원정도. 그 가운데 2조6천억원 정도가 순수하게 극장에 지원되고 있다.

"예술과 문화가 소수의 전유물이란 생각은 그릇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문화를 향유할 수 없습니다. 많은 작품을 보고 그 감동을 느껴보십시오."

"준비하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 보는 사람 등 모두가 즐거움을 나눠가질 수 있는 것이 훌륭한 공연이고 이는 어느 한사람이 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작은 힘을 보탤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토어발트씨는 말했다.

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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