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재앙

지구촌이 재앙에 휩싸이고 있다. 지진과 태풍이 잇따르는 가운데 또 다른 재앙의 예고가 이어진다. 서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지진 해일)와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이어 파키스탄에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나 수만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남미 과테말라에서는 허리케인 스탠의 영향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 수천 명이 숨졌다고 한다.

◇ 또 다른 재앙 예고는 동남아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이다. 조류독감으로 인류 수천만 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조류독감의 위력이 알려진 후 생닭을 바로 잡아 식탁에 올리는 음식문화가 주춤해졌다고 한다. 사람과 동물의 독감 바이러스가 합쳐진 변종 바이러스를 사람과 사람끼리 전달할 경우 생겨날 재앙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놓고 벌이는 생명 논리 논쟁의 핵심은 인간복제 가능성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불치병 치료라는 이면에 복제인간의 상품화를 가져올 대재앙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아일랜드'에 등장하는 무균실에 사는 마지막 인류들의 꿈은 행복이 보장되는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상 그들은 복제인간이며, 아일랜드는 수술대였다. 그들은 아이를 생산하고 장기를 바치는 1회용 제품에 불과했다.

◇ 쓰나미에 이은 파키스탄의 지진도 동물들이 먼저 알았다는 목격담이 이어진다. 쓰나미로 200여 명이 숨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간 스리랑카 얄라 국립공원 일대에서 동물 사체는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일이 덮치기 전 영양과 사슴 무리들이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번에도 지진이 닥치기 직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새들이 나무에 앉지 못한 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재앙을 예고했다고 한다.

◇ 재앙은 따져 보면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욕망이 재앙을 부른다. 새 질서를 만들어 내는 불가피한 현상이 재앙이라고 믿는 이들도 적잖다. 지구 자체의 정화를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각 변동 운동으로 대륙과 바다와 대기가 생겨 오늘날 지구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재해는 자연에 겸허한 자세를 요구한다. 재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을 여느냐 파멸로 가느냐의 갈림길은 겸허한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을는지….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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