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국시리즈를 향해 무르익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 라이온즈는 우승을 다툴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대 팀에 따라 대응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플레이오프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지만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적은 내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이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한 힘을 가을시리즈에서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꼽는 삼성 우승의 변수를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 '에이스는 그래도 배영수', '방망이의 핵은 누구' 등으로 나눠 3차례 짚어본다.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
TV와 라디오 중계를 하는 해설가, 야구 감독, 야구팬들에게 삼성 우승의 변수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배영수와 양준혁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 가운데 선동열 감독을 삼성 우승의 중요 변수로 꼽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선 감독의'지키는 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도 통할 것인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선 감독이 데뷔 첫 해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지키는 야구'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의 객관적인 전력이 플레이오프에서 겨루고 있는 두산이나 한화보다 앞서 있는 만큼 선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사실 선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초보답지 않은 지도력을 과시했다. 한국 최고의 투수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처음부터'지키는 야구'란 자신의 색깔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준 후 철저히 믿고 맡기는 원칙을 지킨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단숨에 '철벽 마무리'로 자리 잡은 루키 오승환, 시즌 중반 이후 선발진의 한 축이 된 임동규, 고졸 3년차 투수 안지만 등의 등장은 선 감독의 지도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감독 간의 지략 대결에 대해 야구인들은'조직력의 야구'를 구사하는 SK(감독 조범현)의 탈락으로 선 감독이 유리해졌다고 평가했다. 김경문,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두산과 한화 경우 방망이를 앞세운 '분위기 야구'를 추구하는 만큼 선 감독이 투수력을 앞세운 세밀한 야구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초보 감독임을 염두에 둔 우려도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초반 투수전으로 이어지면서 삼성이 기선을 제압하면 괜찮지만 5차전 이상 가는 타격전이 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얘기가 핵심이었다. 올 시즌 삼성의 타력을 감안할 때 방망이 대결에서 두산이나 한화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것.
선 감독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몇 차례 작전의 타이밍을 놓쳐 경기를 망친 상황을 지적하며 한국시리즈에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선 감독이 올 시즌 타선 운용에서 혼선을 보이고 상황 판단 능력과 결단력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운용,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며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투수를 상대로 9명의 타자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방망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선 감독이 크게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유명세 덕분에 5년 장기 계약을 하고 부자 구단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선 감독이 '단명'에 그친 다른 젊은 감독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자신감 넘치는 야구를 펼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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