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때마다 몸조심…공무원 "지겹다"

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 때문에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은 처신 문제에다 공무원 출신들의 잇단 공천 탈락에 심기가 편하지 않다. 하위직 공무원들도 '왜 선거 때마다 몸조심을 해야 하는지' 불만이 높다.

동을 재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조기현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한때 대구시의 '2인자'였다.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는 경쟁력을 믿고 지난 4·30 영천 재선거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이번 동을 재선거에 재도전했지만 역시 공천을 받지 못했다.

'2인자'의 연이은 공천 탈락에 조해녕 대구시장은 공·사석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여러 번 표명했다고 한다.

조 시장의 한 측근 인사는 "시장은 조 전 부시장이 출마를 결심했을 때 장도를 빌었고, 부시장 출신이라는 위상도 있어 공천경쟁에서 잘될 것을 기대했다"며 "하지만 조 전 부시장이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시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위로 전화도 못할 만큼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이 공천을 잘 받던 시대는 끝났다는 자조도 적잖다.

시 한 간부는 "조 전 부시장은 재직 시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신사'로 불릴 만큼 신망이 두터웠다"며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정치권에 발을 담가 내둘리는 모습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동구 유치라는 최대 현안을 풀어야 하는 이훈 동구청장도 선거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동을 재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공공기관 유치에 자칫 처신을 잘못했다간 여·야 후보 모두에게 휘둘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한나라당 소속이며,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공천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동구청 한 관계자는 "구청장은 공공기관 동구 유치 활동은 민간에 맡기고, 행정 지원만 하고 있다"며 "일단 선거라는 소나기는 피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구청 공무원들은 선거판에 얼씬거렸다간 선거 개입이라는 비난이 쏟아질까 '몸조심' 중이다. 구청 한 간부는 "동료들이 동을 지역으로 출장가기 겁난다는 농담을 할 정도"라며 "당분간 '몸조심'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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