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학교 급식조례' 위헌 판결후…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급식용 우리 농산물에 대해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냈다. 학교 급식용 우리 농산물에 대해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학교급식 지원 조례'가 지난달 9일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본지 9월 10일 2면, 12일 2면 보도)을 내리자 지자체들은 대책마련에 부심해 왔다.그 대책은 '우리 농산물' 대신 '우수 농산물'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이었다.

▲어디까지 왔나? = 경북도내의 경우 김천·경산·영양·고령·성주·칠곡군은 시장·군수가 조례제정을 발의했고, 포항·경주·안동·구미·영주·상주·청송·봉화군은 주민발의, 예천·문경시는 의원발의로 조례제정을 추진 중이다. 또 영주·청도 등은 군수발의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지난해 조례를 만들어 올해부터 지원을 하고 있는 곳도 있고, 올해 제정해 내년부터 지원키로 계획을 세우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부 시·군에서는 사업비 부담 등을 이유로 조례 제정을 미루고 있거나 의회 계류 중에 있다.

▲우리는 지원중 = 안동시(2억5천만 원), 울진군(2억6천만 원), 상주시(1억5천만 원), 영양군(1억8천만 원) 등은 이미 이 위헌 판결을 벗어나 있다. 조례 제정때부터 위험부담이 있는 '우리 농산물' 대신 '우수 농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

안동시의 경우, 지난해 주민발의를 통해 조례를 심의하면서 이 안을 발의한 시민단체와 시의회가 사전에 조율을 했다. '우리 농산물'이란 표현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피해가자는 것. 이에 따라 시의회는 아예 '우수 농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조례를 통과시켰다.

울진군은 지난해 11월 조례를 제정, 초(병설유치원 포함)·중·고 등 각급 학교급식에 울진 지역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인 '생토미'를 공급하고 있다. 급식 학생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30개교(분교 7개교)의 8천211명 전원이다. 울진군은 조례 제정 당시부터 '우리 농산물'이 아닌 '우수 농수축산물'로 표기했고 또 'WTO체제 허용범위 내에서 지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최근 위헌 판결과는 무관하게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양군은 지난 7월 26일, 영양군 학교급식비 지원조례안을 제정하면서 '우수농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위헌판결이 별 효력을 갖지 못하게 했다. 영양군은 1억8천만 원을 지원 중이다.

▲올해 제정했다 = 김천시(8월 11일)와 청송군(9월 30일)은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법적 시비를 빚는 우리 농산물이라는 표현 대신 "성장기 학생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 충족, 건전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며 품질이 우수한 농·수·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이를 사용하는 경우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조례를 제정했다. 김천시는 4억 원, 청송군은 1억8천만 원의 사업비로 내년부터 지원에 나선다.

▲제정 중이다 = 영주시와 청도군은 올해 안에 관계조례를 개정해 지원에 나선다. 영주시는 유전자 변형이 되지 않은 국내산 농·축산물과 우수 수산물을 학교급식으로 사용할 경우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영주시 학교급식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어 예고했다. 시는 조례안에서 자치단체의 의무 조항 제4조에 '우수 농·축·수산물을 사용하는 경우 조약 및 관계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시는 25일까지 시민의견을 받은 뒤 시의회에 안건을 상정해 연내로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상부기관에 관계법령을 질의한 결과 WTO협정은 광역자치단체 이상에만 해당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청도군도 지난달 28일 '학교급식식품비지원에 관한 조례(안)'를 입법예고했다. 17일까지 주민의견을 받은 다음, 11월 중으로 군의회에 상정해 내년부터는 지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아직 고민중 = 포항·경산시는 이미 지난해 9월과 11월, 관계조례를 입법예고해 의회에 제출했으나 의회가 보류시키고 있다. 이유는 시의 재정문제지만 10개월이 지나도록 재상정이 안돼 통과가 기약이 없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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