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향우회(15)고령

500년 간 꽃피운 찬란한 가야문화의 중심지

"고령에서 막차 타고 왔나"란 말이 있었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고령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대구 시외버스터미널로 와서 짧은 시간에 서둘러 볼일을 보고 다시 고령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구 사람들은 이 일 저 일 하느라 허둥대는 사람을 보고 "고령에서 막차 타고 왔나"라고 놀렸다.

대가야의 도읍인 고령. 520년간 찬란한 가야문화를 꽃피웠던 가야의 중심지. 가야금을 만든 우륵 선생이 태어난 곳.

하지만 1읍7면의 고령은 경북의 최서남단에 위치해 발전이 더디다. 생활권으로 보면 창녕 합천에 더 가까울 정도로 경남 쪽으로 치우쳐 '주류 경북'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탓이다.

고령 출신 가운데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김병준(51)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대구상고, 영남대를 졸업하고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책자문을 맡다가 발탁됐다. 지방분권국민운동의 회원으로 지방분권 운동에 관여하기도 한 그는 참여정부 등장과 함께 대통령 직속의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정책실장으로서 참여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 집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는 노 대통령과 '지방분권 철학'에서 코드가 맞아 김우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강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연정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 이병완 비서실장이 적당하다고 판단해 막판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김 정책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언젠가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정부 여당 주변에서 나돈다.

윤건영(53)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의 고향은 운수면. 서울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비례대표로 발탁된 그는 한나라당 내 대표적 학구파로 꼽힌다. 국회 재경위원인 그는 저녁 회식을 하고 난 뒤 다시 의원회관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밤 늦게 귀가할 정도.

경찰에선 김상봉(金常俸·57) 경기경찰청 차장과 윤재옥(尹在玉·44) 대구경찰청 차장이 쌍두마차. 쌍림면 출신인 김 차장은 대구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 경찰에 입문해 치안감까지 올라 있는 상태다.

우곡면 출신인 윤 차장은 경찰대학 1기로 최선두 주자다. 경찰대학 출신 서장 1호, 총경 1호, 경무관 1호 등 기록을 세웠고 청와대 민정팀에서 일해 고른 경력을 쌓고 있는 중. 공직이란 부침이 심해 예단할 수 없지만 경찰대학 출신으로 치안총수 1호가 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법조계에선 차한성(車漢成·51) 서울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와 조수현(趙秀賢·53)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가 우선 눈에 띈다. 수석부장판사는 머지않아 '법원의 꽃'인 법원장에 오를 반열이다.

이외 권오석(權五石·32) 대전지법 판사, 박종태(朴宗泰·40) 창원지법 판사, 이승호(李丞浩·36)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계에선 정순훈(鄭淳勳·53) 배재대 총장이 가장 빛난다. 배재대가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개 지역에 '배재한국어교육센터' 등 한국어교육기관을 설립하고, 2007년까지 이를 100개로 늘려 한국어의 국제화를 선도하도록 이끌고 있다.

또 윤종건(62) 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 원장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고,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조태훈 충북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최용기 창원대 법학과 교수, 김성칠 경기대 토목공학 교수 등이 역외에서 후진 양성에 힘쏟고 있다.

김병홍(60)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공정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수질환경 및 복원 분야의 실력자로 꼽힌다.금융계에는 임승진(53) 삼성화재해상보험 전무와 유병득(54) 조흥투자신탁운용 대표를 비롯해 백영부(59) 한국주택금융공사 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유윤철(58) 세광화학공업 대표가 한국중소기업경영자협회장으로 사회 활동 폭을 넓히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이진방(57) 대한해운 대표, 이윤석(66) 한진관광 대표, 김병원(51) 한국후지쯔 대표, 박무인(59) 쌍용해운 대표가 CEO로서 한국 경제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 최성락(66) 한몽교류진흥협회 이사장은 민간 국제교류를 위해 일하고, 탤런트 신충식(申忠植·63) 씨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으로서 연기자들 권익 옹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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