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민 식탁, 올릴 식품이 없다

서민들이 밥상에 올릴 찬거리가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산 장어 및 납김치 파동에 이어 국내산 민물고기에서 발암물질 검출, 오는 14일 조류독감 발생주의보 발령 예정 등 장보기를 불안하게 하는 소식들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대형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다소 가격이 비싼 친환경·유기농제품 등 이른바 '웰빙 먹을거리'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데 비해 서민들이 주로 찾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고객 발길이 끊겼다며 울상이다.

대구·동아·롯데 등 지역 백화점의 경우, 최근 2주간 친환경 채소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20% 증가했다. 이마트 대구 5개 점도 9월 이후 현재까지 자체 친환경 상품브랜드인 '이-후레쉬'(E-Fresh)의 매출액이 작년 대비 26% 증가했으며, 전체 야채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5.6%에서 올해 6.9%로 늘어났다. 다른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쌀은 77%, 잡곡은 340%씩 매출이 늘었다. 계란 역시 유기농 등 품질인증의 경우 8, 9월에 작년 대비 150%, 10월엔 210%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일반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친환경·유기농 제품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주부 류모(38·남구 대명동) 씨는 "한두 가지 반찬 정도는 친환경 제품을 욕심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불안해도 일반 제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했다.

시장 상인들도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중국산 납김치 파동 이후 서울·부산 등지에서 국내산 배추를 대량 소비한 탓에 대구지역에선 소매상들이 물량조차 확보하기 힘든 상태다.

칠성시장 내 원주상회 편채현 씨는 "국내산 상품 배추가 100포기 기준 32만 원으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며 "한창때는 하루 300포기가량 팔았는데 요즘은 물량도 달리고 값도 비싼 탓에 100포기 팔기도 힘들다"고 했다.

조류독감 파동도 이미 소매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 칠성생닭 여한기 씨는 "예년 같으면 하루 150~200마리까지 팔았는데 최근엔 하루 100마리 팔기도 힘들다"며 "앞으로 매출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구지역 유일의 육계 처리업체인 (주)키토랑 정병희 영업과장은 "1㎏당 도매가격이 8월 3천500원에서 현재 1천900원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하루 평균 5만 마리를 처리하는데 조류독감 영향이 있다고 해도 생닭 특성상 출하량을 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반찬인 고등어도 중국산 등의 여파로 안 팔리기는 마찬가지다. 구팔냉동 여경옥 씨는 "작년만 해도 하루 평균 고등어만 50마리 이상 판매됐는데 올해는 하루 10마리 팔기도 어렵다"며 "오징어는 물론 한 마리당 500원에 불과한 꽁치조차 안 팔린다"고 했다.

주부 최모(35·달서구 용산동) 씨는 "비싼 쇠고기, 돼지고기 대신 닭이나 생선을 주로 사 먹었는데 그마저도 조류독감이니 중국산이니 하는 바람에 불안해졌다"며 "원산지 표시도 믿을 수 없어서 무엇을 사야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중순까지 지역에서 원산지표시 위반사범 555건을 적발했다. 품질관리원 신태규 원산지계장은 "올 들어 중점 단속대상을 생계형 시장 노점상에서 대형 매장으로 옮겼는데도 위반이 줄지 않고 있다"며 "수입산을 국산에 끼워파는 등 원산지 허위표시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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