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간주도 축제 할 수 없나"

'추진위'는 회계·결산 등 '종이업무'만

지역축제가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축제의 성패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들에 의해 기획되고 집행되고 있다. 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축제추진위원회는 축제 기획 중간단계에서부터 참여하고 있으나 공무원들이 나서기 곤란한 찬조금품 모금 등 들러리에 그치고 있다.

지역 학계와 문화계, 시민단체, 공무원 등 20∼30여명의 인사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는 축제 업무를 모두 도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 이벤트 행사 발주나 예산 배정 등 알맹이는 모두 공무원들이 직접 챙기고 추진위원회 등 민간 집행부는 회계와 결산 등 '종이 업무'만 맡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축제에 쓰여지는 예산은 추진위원회라는 임의단체를 거치면서 '세탁'돼 예산회계 관련 규정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등 정실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때문에 '축제 돈은 먼저 보는 이가 임자'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상주 공연장 참사에서도 상주시는 허울뿐인 추진위를 거쳐 예산을 세탁한 후 검증되지않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 영주시도 올해 풍기인삼축제를 추진하면서 2억9천만여원의 예산을 축제추진위원회에 넘겨 각종 부대행사와 공연계약을 체결, 행사 운영비로 사용했고 봉화군도 은어축제를 준비하면서 추진위를 앞세워 지역 이벤트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처럼 추진위원회가 허울뿐인 단체로 전락하면서 상주 공연장 참사처럼 사고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여름 영주시가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추진한 강수욕축제에서도 중학생 1명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책임소재를 놓고 자치단체와 추진위원회가 공방을 벌이는 바람에 수사를 맡은 경찰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행정지도'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벤트업체 선정과 예산 사용에 공무원이 직접 개입하면서 축제가 끝나고도 예산 사용에 대한 감시·감독이 겉치레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자체 한 축제추진위원은 "공무원들이 이래라 저래라하며 업자 선정과 예산배정을 다 해 놓고 축제행사 후에 결산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추진위원회는 그냥 들러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축제에 경험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한 공무원들 위주로 축제를 치르다보니 전국 어디나 비슷한 축제로 흐르고 있다"며 "전시성 위주, 경직된 운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재대 관광이벤트학과 정강환 교수는 "관의 추진력과 민의 창의성과 탄력성, 문화분야 전문인력과 자원봉사자 등이 연합된 시스템이 축제를 치루는데 효과적"이라며 "축제 정착을 위해선 기획 및 추진과정에 문화예술계 인사, 기획전문가가 참여해 능동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동순기자 김진만기자 마경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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