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대구 동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와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가 선거전략은 물론 살아온 길에서도 너무나 확연하게 달라 화제다.
이 후보가 음지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면, 유 후보는 양지의 평탄한 길을 거쳐왔다. 양 후보의 선거전략 기조도 지역 대(對) 전국, 인물 대 정당, 경제 대 정치, 조직 대 바람 구도로 극대치를 이루고 있다.이 후보는 지난 1973년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이듬해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돼 최장기간인 7년6개월을 복역했다.
또 88년 13대 총선 때 대구에서 한겨레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후 14대, 15대, 17대 등 모두 4차례 출마했으나 고향은 번번이 그를 외면했다. 같은 사건으로 투옥됐던 동지인 유인태, 장영달 의원과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은 승승장구했지만, 그의 정치역정은 불우하기만 했다.
반면, 유 후보는 대학 졸업 뒤 지난 83년부터 87년까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수학하면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고, 곧바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 굵직한 공·사직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후광도 작용해 지난 16대와 17대 때 지역구 공천자로 거론되다 17대에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이들의 역정은 지난 16대 대선을 기점으로 명암이 잠시 엇갈렸다. 이 후보가 대통령 최측근으로 청와대에 입성했으나, 유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나섰다 고배를 마셨다.
이 후보는 50여 년 만에 첫 봉급을 받는 감격을 누렸고, 유 후보는 40여 년 만에 첫 패배를 맛본 셈이다. 그러나 결국 이 후보는 8개월 만에 청와대 고위직을 내던지고 한나라당 텃밭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고, 전국구 금배지를 단 유 후보는 이제 지역구 금배지를 노리고 있다.
두 후보 측의 선거전략 기조도 이들의 인생만큼이나 대조적이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조용한 '지역선거'와 '인물대결'을 원하고 있으나, 유 후보는 노무현 정권 심판이라는 '전국 이슈'와 '정당대결'를 내걸고 있다.
또 이 후보는 '공공기관 동구 유치를 통한 지역발전'이란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유 후보는 '정권교체를 통한 지역발전'이란 정치적 관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선거방식에서도 이 후보는 연고자 및 직능단체 등을 활용한 '조직선거'를 내세우고 있으나, 유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지역정서에 기댄 '바람선거'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해 "지난 봄 50여 년 만의 첫 봉급으로 산 자장면을 얻어먹었는데 또다시 편한 자리를 내팽개치고 험난한 길을 걸어 안타깝다"며 "이 후보의 '지고한 대구사랑'을 지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유 후보는 정치·경제분야 전문가로 한나라당의 대표적 브레인"이라며 "대구에서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 후보를 선택해 대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