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의 소풍이 공원이나 산과 계곡을 찾아 떠나던 단체 야유회 형태에서 소규모 체험학습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사이 학급 단위로 직업체험, 문화유적 탐방, 문화인물 탐구, 전통체험 등을 하는 학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
지난 7일 소풍을 나온 경북여자정보고의 경우 45학급 1천575명의 학생들이 메이크업 실습, 미술전시회 관람, 스케이트, 볼링, 등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소풍의 내용과 장소는 각 학급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 하루 때우기식 야유회가 아니라 소중한 학습과 추억의 장이 됐다는 호응을 받았다.
2학년 6반 35명의 학생은 달서구 대구공업대 호텔조리영양학부 조리실습장을 소풍 장소로 선택했다. 5명씩 7개조로 나눠 요리체험에 도전한 것. "볶음팬에 단단한 순으로 야채를 넣어 함께 볶습니다. 미리 볶아 둔 쇠고기, 베이컨에 토마토 페이스트, 다진 마늘을 넣고 물을 부어 주세요."
도우미로 나선 류재수 교수의 조리 순서 설명에 따라 드디어 요리 개시. 냄비와 국자를 든 폼새가 어쩐지 못 미더웠지만 얼추 색깔과 향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장 권은미(18)는 "체험 소풍으로 요리를 선택하길 잘 했다"며 "늘 똑같은 소풍에 질렸지만 오늘만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즐거워했다.
맞은 어떨까. 약간 짠 듯한데 이아름(18)이는 아닌 모양이다. "정말 끝내주죠. 이렇게 맛있는 스파게티 드셔 보셨어요." 먹는 사람은 잘 모르는데 만든 사람들은 서로 맛있다고 자화자찬이다. 그래도 데코레이션 실력은 꽤 괜찮았다. 최보민(18)이는 음식 테두리에 하트 모양의 녹색 파슬리를 치장해 친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요리는 창의력이죠. 어떻게 하면 더 맛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니까요." 과학을 가르치는 담임 이영미(41) 교사는 요리를 너무 좋아해 책까지 출판한 별난(?) 선생님이다. 책 제목은 '요리로 만나는 과학교과서'. 지난해 6월 과학기술장관상에 빛난다. 학생들이 소풍 장소로 요리 체험실을 선택한 것도 선생님 영향이 컸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사실은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모두들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뿌듯했죠. 앞으로도 토요일 오후나 시험 끝나는 날엔 체험 나들이를 나올까 봐요." 학생들의 밝은 표정에 평소 수업에 찌든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대학에 소풍 왔어요'. 경북여자정보고 학생들이 지난 7일 오후 대구공업대 호텔조리영양학부 실습실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스파게티 요리를 교수님과 함께 품평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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