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작 들녘…쌀값 폭락 애타는 農心

가을걷이를 앞둔 황금 들녘에서 풍년가 대신 한숨소리가 넘쳐난다.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시작되는 첫 해인 올 가을. 추수를 하는 농민들의 가슴엔 피멍이 들어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 하에서 쏟아지는 외국산 농산물을 막기는커녕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못 해주는 정부의 정책에 못이 박히고,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는 쌀값을 보며 못이 박힌 까닭이다.

◆농심(農心)은 타들어간다

갓 수확에 들어간 박은옥(59·여·의성군 다인면 서릉리) 씨는 "올해는 수확을 해도 신명이 나지 않는다"며 "하루가 다르게 쌀값이 떨어져 이젠 막내아이 대학도 못 시킬 판"이라고 한숨이다. 박만진(46·다인면 서릉리) 한국농업경영인(한농) 의성군연합회장은 "지난해까지는 이중곡가제로 버텨왔지만 공공비축제로 바뀌는 올해부터는 쌀값이 엄청나게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전업농으로 매년 1천200포대(40kg 기준)를 생산하는 박 회장은 지난해 정부수매와 농협자체수매로 6천220만 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소득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고정직불금 및 변동직불금제를 통해 피해를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시중 쌀값이 폭락하는 추세여서 지난해보다 500만 원 이상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꾸만 떨어지는 쌀값

(사)한국양곡가공협회중앙회(양곡중앙회)가 이달 초 조사한 2005년산 전국 벼(40kg들이 기준)가격에 따르면 △경기도 4만7천∼ 5만1천 원 △충남·북 4만1천∼4만3천 원 △경남·북 4만∼4만2천 원 등이었다. 또 전국 회원사의 가공 쌀 산지 공장 출고가격(20kg들이 기준)은 △경기도 3만7천500∼3만9천 원 △경남·북 3만3천∼3만7천500 원 등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의 자체 매입가격 5만∼5만3천 원에 비하면 무려 20% 이상 떨어졌고 수확기 때 16만 원(80kg들이 기준)에 거래되던 산지 쌀값이 현재는 14만5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회원사들은 쌀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자체 수매마저도 꺼리고 있다.

양곡중앙회 이범락 회장은 "농협이나 민간 RPC의 2004년산 벼 재고가 많게는 수만 포대인 데다 최근 2년 동안에는 수확기 이후에 쌀값이 떨어져 자체 수매를 꺼리고 있다"며 "수입쌀이 시판될 경우 쌀값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주장과 그 대책은?

이 현실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농가소득에 큰 피해 없음이다. 농림부 소득정책과 쌀소득보존직접지불금 실무담당자 안재록 씨는 "산지의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오더라도 정부가 보존직접지불금 제도를 통해 지원하기 때문에 실제 농민 소득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만진 한농 의성군연합회장은 "수확도 전에 이미 지난해에 비해 쌀값이 15% 이상 폭락했다"며 "현재 1ha에 60만 원인 고정직불금을 130만 원으로 인상하고, 3년으로 한정된 목표가격(80kg들이 기준 17만70원)을 10년으로 연장해줄 것"을 주장했다. 군위·의성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사진:산지 쌀값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업경영인회 박만진(46) 의성군회장이 벼작황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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