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라는 호칭에는 개의치 않아요. 뛰어난 기술력으로 사람들의 편견을 돌파할 자신이 있거든요."
기술에 승부를 거는 학생들이 있다. '기술'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임금이나 승진에 있어서도 사무직을 좀체 따르지 못하지만 여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제 4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금상을 휩쓴 6명의 경북기계공고 학생들. 이들은 기술을 배우고 싶어 공고에 진학했고, 기능경기대회 금상 수상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들에게 실업계 학생들의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은 나의 힘!
김종명(프레스 금형 부문 금상) 군은 어릴때부터 유난히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집에 있는 시계·라디오를 부순 일도 부지기수. 그러다 결국 공고를 선택했다. 김 군은 "기계만 보면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공고에 입학해서도 학교에 있는 기계들을 대부분 다 뜯어봤다"며 "공부는 어려워 쩔쩔맸지만 기계를 만지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잘하는 일에 인생을 걸고 싶었다"고 당당히 말했다.
여혁동(밀링/CNC 부문 금상)군은 "공돌이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론만을 머릿속에 가득 넣은 대졸자들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실력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오히려 '공돌이'라는 단어가 자랑스럽단다.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제패한 6명의 학생들의 공통점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넘친다는 것. 중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공고를 택한 학생도 있고, 소신 지원을 통해 일반계 진학을 포기한 학생도 있었지만 모두들 사회적 편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뛰어난 실력으로 사회에 당당히 서겠다는 포부가 가득했다.
△취업도 진학도 OK
요즘 실업계는 옛날과 달리 취업보다는 진학이 주가 됐다. 평균 대학 진학률 70%. 하지만 6명의 학생들 중 5명은 취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공민철(옥내배선 부문 금상) 군은 ㅎ중공업에 입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전국 기능경기대회 금상 수상자에게는 3번의 평가전을 거쳐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능인의 칭호에 꿈을 건 것이다. 이는 이명규, 여혁동 군도 마찬가지.
공 군은 "대학에 진학하면 현장에서 실습할 기회가 줄어들어 그만큼 우승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취업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취업한 뒤 못다한 공부는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보충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형진(기계제조/CAD 부문 금상)군은 '창업'을 염두에 뒀다. 정 군은 "중소기업에 취업해 현장 경험을 좀 더 쌓은 뒤 설계사무소를 차릴 계획"이라며 "남들의 이목을 의식해 당장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정말 필요성을 절감했을 때 진학한다면 더 많은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식(원형 부문 금상) 군만이 대학 진학을 택했다. 이 군은 "만약 세계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다면 취업을 택했겠지만 아쉽게도 2005년 세계대회부터 원형 부문이 없어졌다"며 "대학에서 좀 더 많은 공부를 한 뒤 자동차 리모델링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실업계는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종구 진로상담부장 교사는 "경북기계공고의 경우 중학교 성적이 모두 70% 이상에 달하는 학생들로 일반계 진학도 충분히 가능한 학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업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 학생들이 겪는 가장 큰 걸림돌은 병역 문제다. 직장생활 1, 2년 안에 군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업체들이 고졸생 채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신한교 실업교육부장 교사는 "곧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업계 고졸자들을 선호하지만 일이 숙련될 만 하면 병역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니 업체들이 아예 채용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방위산업체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연간 5천 명으로 인원이 줄어들어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해결돼야 할 난제다. 현재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고졸 학생들이 받는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평균 1천2백만 원 가량).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차라리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명규(선반/CNC 부문 금상) 군은 "아직까지는 고졸자와 대졸자 사이에 임금격차, 승진 기회의 차이 등이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기술인'들이 그 벽을 허물게 될 것"이라며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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