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각국에 문화다양성 協約 저지 서한

제33차 유네스코 총회 겨냥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각국의 문화 자주권 보호를 위한 문화다양성협약 초안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강력한 협약반대 의지를 담은 서한을 각국 통상장관에 발송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오는 18, 19일 총회에 상정될 협약초안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채택 저지 입장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한은 협약 채택을 촉구하는 민간기구인 국제전문가단체(CCD) 관계자에 입수돼 한국연대 대표단에 전달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0월 4일자 서한에서 협약 초안이 채택되면 조항들이 잘못 해석돼 현존 무역협정에 따른 권리를 손상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자유화 진전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며 유네스코 초안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 협약은 일부 국가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데 남용될 수 있다. 협약 채택을 서두를 경우 유네스코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협력보다는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스 장관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협약 초안의 심각한 결함들을 다룰 수 있을 때까지 협약에 대한 작업을 연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반 상품과는 다른 문화상품의 특수성과 협약의 국제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이번 초안을 놓고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문화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고 프랑스 등 다수 국가는 초안대로 통과를 추진중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을 의식한 우리나라 정부는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정도의 입장만 유지한 채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다.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파리의 문예회관에서는 범세계적인 문화다양성 보호운동단체인 CCD 주최로 초안대로 협약 채택을 촉구하는 예술인 선언 행사가 열렸다.

각국의 문화예술인 1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영화배우 문소리 씨가 한국연대를 대표해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미국의 영화시장 개방압력을 규탄하고 협약 초안의 수정 없는 채택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의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 말리의 술레이만 시세 감독, 스페인의 무용 안무가 블랑카 리 등이 발표자로 나서 미국의 문화 패권주의를 성토하고 문화 획일화를 막기 위한 다양성 보존 노력을 강조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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