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떠나는 柳志潭 대법관의 회한과 반성

어제 물러난 유지담 대법관이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후회와 자괴감으로 정리하면서 세상에 용서를 구했다. 통상적 퇴임의 변과는 사뭇 다른, 통렬한 자기반성이란 점에서, 또 사법부의 과거사 정리가 진행 중인 시점이어서 눈길을 끄는 퇴임사였다. 그는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고 말했다. 떠나는 자의 뒤늦은 후회지만 솔직한 내면 고백이 인상적이다.

유 대법관은 "잘했다고 내세울 게 아무 것도 없고 잘못한 일들만 생각난다"며 "사법부에 대한 경청할 만한 비평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 외면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만에 빠져 법관으로서의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 설정도 없이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고 요령껏 법관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우체국 직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겸손하고 재판에 충실한 법관이란 평가를 받았기에 그의 고백들은 울림을 낳는다.

그는 재판에서 당사자의 주장 청취를 시혜적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장황하다고 짜증냈던 일, 사건기록보다 이론 연구나 판례 숙지에 시간을 쏟았던 일,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강변했던 일을 반성했다. 후배에 대한 경종이다.

유 대법관의 고백은 우리 사법부의 단면이다. 그가 후회해 마지않는 개인사는 곧 굴절의 우리 사법 역사다. 그런 점에서 후배 법관은 천근 같은 무거움으로 그의 반성을 경청하고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새겼으면 싶다. 지금 사법부가 진행 중인 과거사 정리도 반성할 자리에 있었던 법관들의 준엄한 자기성찰이 뒤따라야 빛을 발할 수 있다. 유 대법관의 퇴임사는 그걸 말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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