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장발달-시험 때면 몸까지 아파져

문 :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학교 시험을 갈수록 힘들어 합니다. 초등학교 때와 달리 시험기간도 길고 과목마다 등수가 매겨지는 현실을 좀체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험이 닥치면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가 지나치면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시험을 망치기도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두통이나 몸살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시험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원인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됩니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매사에 수용적 태도를 보이느냐, 성취지향적·경쟁적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자녀의 성격은 크게 달라집니다. 뜻하지 않은 실수나 큰 일을 쉽게 넘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쉽게 넘깁니다. 반면 작은 일에 집착하는 부모의 태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성적이나 등수에 연연하는 성격은 가족의 영향과 성장 과정의 문제가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나 주위의 부러움 등은 학생들이 분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아닙니다. 학업의 동기나 성취 목표는 건전한 수준에서 만들고 이뤄나가야 합니다. 또한 그 과정을 중시해야 합니다. 부모가 결과에 집착해 어릴 때부터 "너는 나중에 의사가(법관이, 사업가가, 학자가…) 돼야 해"라고 압박을 주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시험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과목을 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도록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은 성적이 다소 못나와도 자신의 존귀함을 결코 잃지 않습니다. 시험기간이 길어서 힘들어 한다면 중간 중간에 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의 과목 때문에 애를 먹는 학생이 많은데 이런 과목들은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반드시 갖춰야 할 것들이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오히려 이런 과목을 준비하는 과정에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보춘(종로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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