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고3 엄마입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남이 하는 이상의 뒷바라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옵니다. 남편은 아이들과 가족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100가지 중 99가지는 남보다 더 잘 해 주었는데 제가 아이 관리 한 가지를 제대로 못해서 모든 것을 망쳤다며 아이들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립니다. 둘째가 고1인데 이젠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합니다. 아이들이 제 할 일을 알아서 잘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저의 고충을 남편이 알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답: 많은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성공한 집은 남다른 비법을 가지고 있고 엄마가 유달리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기 일을 잘 알아서 하는 집과 그렇지 못한 집의 차이란 아주 작은데 있습니다.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많은 일들에서도 핵심적으로 중요한 작은 차이가 누적되면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아 보이는 많은 것들 가운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미세한 차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우리가 도모하는 많은 일에서 남다른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생물학자이면서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입니다. 그의 저서 '제3의 침팬지'는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그는 이 책에서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은 아주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침팬지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침팬지에 이어 인간을 제3의 침팬지로 분류하면서 그 이유를 DNA의 분석에서 찾았습니다. 인간과 침팬지는 DNA 즉 유전형질의 98.4%가 같은 모습과 특성을 가지고 있고, 차이는 1.6%이하라고 합니다.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보다는 침팬지와 인간이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그렇게 다르고 또 훨씬 우월할 수 있는 것은 언어능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정교한 언어를 향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물을 발명하고 인생과 예술을 논하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류 진보가 원천적으로 언어 습득으로 이루어졌지만, 인류의 몰락은 환경 파괴와 인간의 폭력성에 기인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이 불길한 징조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이용하여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과학이나 환경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과거의 실수를 수정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인류가 과거에 저지른 파괴행위를 반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숫자놀음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즐겨 인용합니다. 그러나 99%의 노력을 수없이 되풀이해도 1%의 영감(천재성)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몰아붙이기 위해 이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천재도 노력하지 않으면 천재성을 발휘할 수 없다. 하물며 보통 사람이 노력을 게을리 해서야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라는 의미로 사용할 때 의미 있는 설득력을 가지게 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과 지능지수도 비슷하고 학습량도 90% 이상 비슷한데 왜 성적의 차이가 나는지 의아해합니다. 그 학생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1%에 해당되는 '자신감과 적극성'이 결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남편들 중에 상당수가 아직까지도 아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해주었는데 왜 다른 집처럼 자식 관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고 불평을 합니다. 그들은 때로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은 바깥에서 온갖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다고 열변을 토합니다. 질문하신 바와 같이 필요한 100가지 중에 99가지를 남보다 잘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99가지는 남들도 기본적으로 다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내세울 것이 못 됩니다. 언어능력이 포함되는 '유의미한 1.6%의 작은 차이'가 '무의미한 98.4%의 같음'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듯이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많은 남편들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모르거나 무시하려 합니다. 아내의 수고를 인정하고, 아내의 어려움에 공감하려 애쓰며, 자녀들 앞에서 엄마의 권위를 세워주는 이 기본적인 사항,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능한 이 한 가지가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인지를 모릅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이들이 바르게 커가는 가정은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때로 다투지만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으며 언제라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어떤 가정이라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적 고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행동을 돌이켜 보며 부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자녀 교육을 위해 함께 길을 찾는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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