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도서관 시설 '리모델링' 프로그램도 '탈바꿈'

대구·경북 교사 '활성화 워크숍'

'학교도서관 활성화 교사 워크숍'

학교 도서관이 탈바꿈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화 사업을 통해 학교마다 5천만 원을 지원, 2~4개 교실 규모의 공간에 문헌정보 코너와 모둠학습 코너, 전자영상 코너, 브라우징 코너 등을 갖추도록 한 것. 지금까지 대구에서만 120여 개 초·중·고교가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으며 2007년까지 200여 개 학교에 추가로 지원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설만 좋아졌을 뿐 이용실적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서 교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많은데다, 학생들의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돌릴 만한 계기를 만드는 일도 간단치만은 않다.

지난 5일 계명대 바우어 관에서는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대구·경북 교사 워크숍'이 열렸다. 계명대 문헌정보학과가 주관한 이번 워크숍에서 교사들은 학교 도서관을 통해 학생들이 책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학교도서관, 책을 읽어주자

첫 번째 발제자인 김은옥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국협의회 임원회의 의장은 학교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예사서교사인 학부모가 번갈아가며 동화책을 읽어줘 아이들이 컴퓨터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경남샛별초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을 책에 더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이며, 책을 읽어주는 어른과 아이들이 신뢰를 쌓아나가는 활동"이라고 강조하고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의장은 현재 도서관 정보화 사업으로 구축된 DLS(digital library system)의 단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DLS는 표준화된 학교 도서관 정보시스템으로서 개별 도서관의 도서관리업무(수서-목록구축-대출/반납)를 자동화함은 물론 인터넷 기반의 독서지원기능(독서정보, 독서표현활동, 독서지도 및 상담)을 통합적으로 하는 체계. 그는 "DLS를 이용하면 전문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쉽게 학교 도서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록이 구축돼 있는 책만 구매해 모든 학교 도서관이 동일한 책으로 채워질 위험성이 높다"며 "인터넷을 이용한 독서교육 역시 단순 지식을 확인하는 수준의 문제가 주를 이뤄 문학을 암기과목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학교 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이 찾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굳이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고, 책을 대출하지 않더라도 자주 드나들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도서관 활용 수업'이다. 수업을 학교 도서관에서 진행하면 교과서 이외의 많은 자료를 접하도록 해 폭넓은 사고를 가지게 하고, 필요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특히 리모델링된 학교 도서관은 대부분 모둠활동 장소를 갖추고 있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과 문제해결 능력까지 기를 수 있다.

이재선 경산고 사서교사는 "학교 도서관이 시설 면에서 커다란 성장을 했지만 책을 대출·반납하는 공간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서 수업을 따로 편성해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도서관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진 황금중 사서교사는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독서교육을 실시해 아이들이 도서관을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십진분류법에 의해 책을 정리하는 원칙에서부터 도서관 용어 익히기, 원하는 자료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법 등을 강의하고 나자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도서관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독서치료

김은주 광주 신암초교 사서 교사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독서 심리치료를 시도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을 책 읽기 과정을 통해 보듬어 안은 것이다. 김 교사는 "지금까지 독서는 일반적인 교양 정도로 간주됐지만 한 걸음 나아가 마음을 치유하고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힘이 있다"며 "스트레스, 인격 장애, 신경증 등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생활지도에도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책을 읽고 난 뒤 일기쓰기나 편지쓰기 등의 창의적 글쓰기 활동, 미술활동, 역할극 놀이와 토의 등을 통해 책에서 얻은 교훈을 스스로가 내면화하는 효과가 크다.

그는 독서치료를 통해 계속되는 왕따로 상처를 입은 한 학생이 마음의 문을 열고, 왕따를 주도했던 같은 반 학생들을 상대로 집단 독서상담을 벌여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를 소개하며 "학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왕따,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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