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이상과 현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진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이상을 실현하는 삶의 자세를 깨우쳐 준다. 오랜 관습과 주위의 비난을 떨치고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완전한 비행술을 터득하는 조나단의 모습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간들에 비하면 참으로 아름답다. '먹이'라는 현실보다 '비행'이라는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선 꿈과 땀뿐만 아이라 정직, 용기, 자긍심 등 많은 덕목들을 갖춰야 한다. 어찌 보면 다른 동물보다 인간에게 더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며칠 전 외신에서 용기 있는 교사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기사를 읽었다. 테러 공격이 끊이지 않는 태국 남부 지역의 고3생들에게 나흘 동안 과외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원한 태국 교사들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이후 30여 명의 교사가 분리주의 과격 세력에게 목숨을 잃거나 다친 지역에 나가기를 자원한다는 것은 용기와 자긍심으로 이상을 실현해가는 교사상을 보여주는 전형이었다. 그러나 가슴 뭉클함도 잠시. 이어지는 기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들려주고 있었다. 남부 이슬람 지역을 떠나고 싶어 전근 신청을 한 교사가 3천700여 명에 이르는데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것이었다. 과외 자원자가 넘쳐나는 것은 어쩌면 상시 근무가 아니라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이 절로 일었다.

문득 지역 간 교육 여건과 학력 격차, 근무 환경 등을 이유로 중소 시·군에서 도시로, 대구 수성구로 이어지는 교사들의 전근 양태가 떠올랐다. 그 절박함이 태국 남부 지역의 교사들과 비할 순 없겠으나 더 나은 근무 환경과 교육 여건을 찾아 옮기려는 우리 교사들의 노력 역시 때로 간절하다. 자기 자녀 교육과 맞닿아 있다면 더욱 그렇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더 어려운 여건에 놓인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는 일이 교사로선 한층 보람 있는 일이겠지만 현실의 장애물들은 이를 포기하게 만든다. '비행'보다 '먹이'가 급한 보통의 갈매기들처럼 현실은 곧잘 이상을 외면하게 한다. 교사도 경제활동을 하는 생활인이니 현실 여건에 좌우되는 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신성한 교직이라는 이유로 이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이럴 때 빛나는 덕목은 솔직함이다. 입으로는 진정한 교육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내 근무지와 내 아이 학교를 걱정하는 이율배반은 아름답지 못하다. "나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지만 이왕 이 지역에 왔으니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한 어느 교사의 당당함은 닮고 싶기까지 했다. 그의 솔직함은 교육 현장에 대한 진지함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이율배반과 솔직함의 충돌들을 다른 분야에서보다 더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사회가 던지는 기대의 무게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 솔직함과 당당함이 이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드는 길이 되리라 말한다면 주제넘은 것일까.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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