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뚜기도 좋지만 논은 망치지 마세요"

바라만 보아도 넉넉한 황금들녘이지만 요즘 친환경 영농으로 벼를 재배한 농민들은 심기가 불편하다.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 때문.

11일 오후 5시쯤 문경시 호계면 호계리 들판에서 만난 홍국제(60) 씨는 "도시의 주부는 물론 양복을 입은 사람들까지 들판 곳곳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메뚜기를 잡는다"며 "메뚜기에 정신이 팔려 나락을 마구 밟고 다니는 바람에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흥분했다. 김봉조(63·호계면 호계리) 씨도 "파리채까지 들고 다니며 벼 이삭에 앉아있는 메뚜기를 때리는 바람에 나락도 함께 논바닥에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농가가 농약 사용을 줄이는 바람에 최근 메뚜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영석(72·영순면) 씨는 "날개가 이슬에 젖어 날지 못하는 새벽 시간에 손전등을 들고 메뚜기를 잡는 사람까지 있다"며 "메뚜기 잡는 것을 탓할 농민은 아무도 없지만 애써 가꾼 나락은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정경숙(48·모전동) 씨는 "운동 삼아 메뚜기를 잡으러 다닌다"며 "2시간 정도면 1.8ℓ짜리 페트병에 가득 잡을 정도지만 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조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메뚜기잡이 풍경은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쌀 재배 논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현재 도내 친환경 쌀 재배 농가는 2%(2천500㏊)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사진:친환경 쌀 재배 논에서는 2시간 만에 1.8ℓ 페트병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메뚜기를 잡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논을 훼손, 농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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