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政爭)이 없었다고 정책 국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멱살잡이 안 한 게 어딘데? 하며 '정책 국감'의 싹을 이번에야 틔웠다는 성급한 평가도 있으나 피감 기관들의 고의성 다분한 자료 제출 기피, 증인 무더기 불출석, 무식한 질문 등 국회 권능을 우롱하거나 스스로 폄훼하는 고질병들은 하나도 치유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 국감 아직 멀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국감 최고 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충격파를 던진 권오을 의원과 온 국민을 벌겋게 주기(酒氣) 오르게 한 주성영 의원일 터이지만 이런 스타 몇 명이 국감을 빛내는 주역은 아니다. 국감의 빛은 국감장에서 감시자와 피감자 쌍방의 성실한 준비-정직하고 열성적인 질문과 답변에서 빛난다. 이 점에서 이번 국감은 정책 국감의 형식만 갖췄을 뿐이다.
의원들의 불만은 각 부처 제출 자료들의 부실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한다. 한 예로 관세청은 재경위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의 상당 양에 '별도 제출'이라는 짤막한 답변만을 기재, 소위 '백지 자료'라는 비아냥을 살 정도였고 문제의 철도공사 국감에선 부실 자료 때문에 한때 감사 중단의 파행까지 겪어야 했다.
증인들도 국회를 우롱했다. 이건희'김승연'박용성'천용택'이기호'이근영 씨 등 이름만 들어도 흥미 만점인 재벌 회장들과 고위 공직자들은 "20일만 버티면 된다"며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증인들의 국회 우롱은 국회 스스로의 업보이기도 하다. 안 나오면 처벌하면 될 터인데 수십 년을 눈감아 준 것이다.
수준 이하의 질문과 '촛불 국감' 같은 쇼맨십들이 국감 점수를 깎아내렸음도 물론이다. 결국 증인 없는 허깨비 국감, 자료 없는 대충 국감, 이벤트 국감들이 국감의 고급화를 실패케 한 셈이다. 국감 방식 어떻게든 바꿔보자는 얘기는 그래서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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