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가장 큰 숙원사업 중 하나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은 어느 지역, 도시를 망라하고 각 지방단체에 큰 숙제를 안겼다. 지방자치화 시대에는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경제적 효율과 파급효과가 큰 방향에 우선순위를 두고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중앙에 집중되어 있던 정부기관과 공기업 등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 경제의 활성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 침체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고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모색이다. 경제적 효율 창출의 외부 요인으로 우량한 공공기관이 이전해 온다 할지라도 내부적으로 지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경제적 효율의 극대화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거 대구의 섬유산업은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침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섬유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시대적 변화가 지역 경제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대구시는 밀라노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정책사업을 추진하며 섬유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미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해 본다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과 급속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더 이상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생산인구의 감소와 이에 반비례하여 부양인구는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 경쟁력 있는 최고수준의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우리가 주목하는 의료 및 BT (Biotechnology,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대구 약령시장에서 보듯 우리 지역은 예로부터 전통 한방의학의 중심지로 명성이 높았다. 또한 서양의 의료 학문이 보급된 이후에는 대구'경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 인력을 배출해 왔고 타 지역과 비교하여 월등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경북대학교와 포항공대, 금호공대 등과 같은 학교시설과 테크노파크 등 산학 연구 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향후 의료-BT산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 확보된 우수한 기반을 바탕으로 의료-BT 사업을 펼쳐나간다면 지역경제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또한 이러한 경제적 가치실현은 향후 대구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명실공히 동아시아 의료의 중추 도시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서 말한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사회에 가장 시급한 전문화된 노인전문요양시설의 마련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이미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기도 하다. 또한 의료-BT와 IT, NT 등과 같은 신 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복합 산업단지를 개발, 육성한다면 지역 경제에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전통 깊은 지역의 한방의학을 현대화하여 산업화 하고 더 나아가 한방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도 지역 경쟁력 개발의 또 다른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철저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인한 추진력이 동반될 때 가능한 일이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의료와 BT산업을 통해 새로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가까이 중국만 살펴보더라도 그동안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앞장서서 '2020년 동북아 의료중심국가'건설을 부르짖으며 각종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번쯤 중국의 '동인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미 '동인당'이라는 독특한 의료브랜드가 가져온 경제적인 수익을 경험한 중국으로서는 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어느 국가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결국 동남아 경제권역을 살펴보았을 때 향후 의료분야에서 주도권을 먼저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그렇지 못했을 경우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은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다. 이처럼 의료산업 육성에 관한 사항은 지역을 넘어 국가적인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잠재 역량을 보유한 우리 지역이 의료산업 육성에 앞장서 그동안 지역의 숙원이었던 경제적 체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세계 속의 중추 의료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하여 본다.
(이상흔 경북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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