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갓바위부처의 부동침하(不同沈下)

신라는 산악을 신격화하여 삼산오악(三山五岳)을 두어 국가 최상의 제전(祭典)으로 삼았다고 한다. 여기서, 삼산은 내력(奈曆), 골화(骨火), 혈례(穴禮)의 큰 산을 말하고, 오악은 동악의 토함산, 서악의 계룡산, 남악의 지리산, 북악의 태백산과 중악의 팔공산을 일컫는다. 오악에서 알 수 있듯이 팔공산이 통일신라의 중심지란 사실에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중생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지성으로 빌면 소원 한 가지는 들어준다하여 연일 전국의 불자들과 산악인들이 팔공산 '갓바위부처'를 찾고 있다. 갓을 쓴 부처이기에 붙여진 갓바위부처는 그 공식명칭이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으로 우리나라 문화재 보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있다. 팔공산의 중심인 관봉에 갓바위부처가 조각되어 있어 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불상이 약사여래불인지 아니면 석가여래불인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약사여래불은 불교에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어려움을 풀어주는 부처로, 그 전형적인 모습은 약합(藥盒, 약 항아리)을 들고 있어야 하는데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상의 오른손이 '마군을 항복시키고 땅에 손을 댔다'는 뜻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어 석가여래불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어 사뭇 궁금하다.

그런데 필자가 정작, 더욱 궁금해 하고 염려하는 부분은 이 갓바위부처의 부동침하(不同沈下, Unequal Settlement) 현상이다. 부동침하를 부등침하(不等沈下)라고도 하는데, 건축물 및 구조물이 부분적으로 서로 상이하게 침하되는 현상으로 그 침하의 정도가 심해지면 균열을 일으키고, 전도(轉倒)되기도 한다. 이 불상의 부동침하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의 소견으로는 갓바위부처 주변의 신축 및 증축공사 때의 부주의를 들고 싶다. 갓바위부처 앞에 새로이 조성된 참배대, 촛대, 기도방, 집 등이 들어서 있지 않은가? 이러한 시설을 조성함에 있어 불합리한 흙파기 공사와 이들 시설물의 방수공사로 인하여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막게 되어 수위(水位)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또 다른 물길을 형성하여 침하되었다고 판단해본다.

행여나 우리네 중생들의 소원청취를 위하여 큰 귀를 열어놓고 계시는 부처님이 부동침하 현상으로 불편해 하지 않을는지? 그리고 소원을 비는 중생들이 불안해 하지 않을는지?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적·정신적인 자산을 관리 부실로 이렇게 훼손하게 된 것이 아닌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추후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겠다.

영남이공대 건축과 교수 이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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