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첫 지휘권 발동에 당황·우려

"검찰 안정에 좋지 못한 선례"…재야 법조계는 찬·반 혼재

검찰은 12일 천정배 법무장관이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신병처리 문제와 관련, 검찰의 구속수사 의견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지휘를 내린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깊은 우려감을 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인 출신의 천 장관이 일선의 뜻을 무시하고 독자적 결정을내린 것은 특정 정당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매우 부적절하고 검찰 조직의 안정에도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천 장관의 수사 지휘를 예상치 못한 듯 "보고는 받았지만 ( 현상황에서는) 묵묵부답"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는 않았다. 검찰의 한 중간간부는 "황당하다. 검찰과 법무부의 의견이 잘 조정돼 지휘권이발동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법에 보장된 지휘권 발동이긴 하지만장관은 특정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고, 지휘권 발동에 그 당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합법적인 조치지만 좋은 선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로서야 장관의 의견을 수용해야 겠지만 이번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중립성강화에 다소 역행하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 발동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이렇게 된 이상 검찰총장이 장관 지휘를 수용하건 안 하건사퇴함으로써 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옳다"는 극단적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대두됐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법으로 명문화돼 있는데다 천 장관이수사지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지 않았느냐. 어느 정도 예견됐던일로 장관도 검찰 조직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자"고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대검의 또 다른 중간간부는 "총장이 최종 결단을 내리겠지만 이번 일로 총장이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김 총장이 취임한 후 이제야 검찰이 안정적으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호사단체 등 법조계에서는 천 장관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검찰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큰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견해가 다수였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검찰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할 장관이 수사의 독립·중립성을 훼손하는 지시를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정치적 사건에 개입해 총장에게 지시를 했다는 것은 오히려 검찰을 정치적 색깔로 물들이겠다는 뜻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총무간사도 "정치권과 청와대 등의 입김 탓에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검찰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이번 사건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장관이 개개의 사건에 대해서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장관이 의사를 표시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 사건에서 불구속 수사 여부를 지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구속 여부는 여론이 아닌형사소송법상 엄격한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강 교수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수사가 당연하다"며 천 장관의 결정을 지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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