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부 왕피천 국내 최대 '생태보전지역' 지정 계획

울진군 "숙원사업 지원부터 이행하라"

환경부와 울진군이 산양과 수달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울진 왕피천 지역에 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 시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가 왕피천 유역 102.84㎢(3천만 평)를 14일부터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울진군이 36번 국도 건설 사업 승인 및 주민숙원사업 지원 약속을 먼저 이행하라며 맞서고 있는 것.

환경부 측은 12일 울진군을 방문, "울진·영양군의 왕피천 유역 102.84㎢ 중 45.35㎢를 핵심구역, 55.64㎢를 완충구역, 1.85㎢를 전이구역으로 구분하고 이 중 핵심구역을 14일자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 고시하고 나머지 구역은 2006년부터 지정, 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피천 유역, 통고산, 천축산, 대령산 자락을 포함하는 이번 생태계 보전지역은 국내 최대 규모로 지난 2002년 지정된 동강 생태계 보전지역의 1.6배, 여의도 면적의 30배가 넘는 면적이다.

핵심구역은 자연경관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이며,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의 인접지역으로 핵심구역 보호를 위한 지역이다. 또 전이구역은 핵심·완충구역을 둘러싼 취락지역이다.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유독물 투기, 지정장소 이외 취사·야영, 야생 동식물 서식지 훼손 등이 금지되고 건축물 신·증축 및 토지 형질변경, 토석채취, 야생 동식물 포획·채취 등도 제한된다.

환경부 측은 10월부터 우선 이 지역에 관리요원 50명(울진 42명, 영양 8명)을 배치, 보전지역 내 사유지 매립과 인근 취락 지역에 대한 오수 처리시설 설치 지원, 생태계 모니터링 및 정밀조사 등 환경 보전대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울진군은 환경부의 왕피천 유역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지정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울진군은 "지정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5년을 끌어온 36번 국도 건설사업 승인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며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혔다.

군은 또 "자연 생태체험관, 마을 오수처리 시설 설치 등 환경부가 구상하고 있는 보전대책을 수행하려면 1천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한데 열악한 울진군의 재정상태로는 50% 부담이 불가능하다"며 국비지원 비율의 상향조정을 요구했다.

한편 왕피천은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 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68.5㎞의 하천으로 주변이 협곡과 절벽으로 돼있다. 이에 따라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제2의 동강'으로도 불린다. 또 식생이 매우 양호한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고란초,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과 산양과 수달, 삵 등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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