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간부였던 한 인사는 33년의 공직을 접고 지난 5월 대구 지하철공사 임원으로 옮겨앉았다. 공무원 정년을 1년여 앞두고 명예퇴직함에 따라 명퇴수당(기본급의 2분의 1)으로 1천700여만 원과 8년치 퇴직금 1억 원은 한꺼번에 받았고, 나머지 25년치 퇴직금은 연금으로 매달 200만 원 정도씩 받기로 했다.
3년 임기가 보장된 지하철공사 임원 연봉은 6천만 원 정도. 상수도본부 때의 5천580여만 원보다 400만 원 이상 늘었다. 특히 기본급 238만 원의 180%인 428만 원이 올해 성과급으로 책정됐는데 근무 월수가 7개월이어서 290여만 원을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대구시 출신 공무원들이 '독점'하다시피 한 시 산하 공기업들의 임원자리는 말 그대로 '노른자위'. 공무원 명예퇴직 뒤 공기업 임원으로 옮길 경우 명퇴 수당을 별도로 받고, 종전보다 많은 연봉에 두둑한 성과급까지 받는 등 '꿩 먹고 알 먹는'식의 노후가 보장되는 것. '삼팔선''사오정'의 기업 현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번에 아파트 불법분양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구시도시개발공사의 임원 두 자리 역시 시 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7월 한 구청의 국장을 명퇴하고 도개공 임원 자리를 차지한 모씨도 명퇴수당으로 1천400여만 원을 받았고, 퇴직금은 연금으로 받고 있다. 도개공 임원 연봉은 6천200여만 원으로 구청에 있을 때보다 600여만 원 정도 많고, 성과급으로 올해 200여만 원을 더 받는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로 관리가 넘어간 대구의료원을 뺀 시 산하 공기업 4곳의 임원은 모두 9자리. 그 중 시 공무원 출신이 8자리를 독점하고 있고, 환경시설공단 전무만 기업체 출신 인사다. 4개 공기업의 '수장'모두 시 공무원 출신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측은 "환경공단이나 지하철공사 경우 공모를 했으나 함량 미달 인사가 많았고, 일부 인사는 연봉 등 근무 여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이 임원이 될 경우 조직장악 등 장점이 적지 않다"면서 "공기업 임원으로 옮기는 공무원 수도 퇴직 공무원 100명 가운데 한두 명에 불과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부인사를 영입, 성공적으로 변신한 대구의료원처럼 시 산하 공기업 CEO나 임원 자리도 외부인사에 적극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충환 대구시의원은 "공기업도 독립채산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 하나의 법인인 데 단지 행정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 출신을 CEO나 임원에 무더기 임명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 때문에 공기업들이 자생력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방형 임용제를 공기업에도 적극 도입해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능력이 있는 외부 인사들을 영입, 방만한 공기업의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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