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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 법무 수사 지휘 '검찰 반발' 은 마땅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지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우선 법무장관이 사상 처음으로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의 독립성을 해쳤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집권여당이 국가보안법 무력화에 발 벗고 나섰다는 비판이다. 강 교수는 "6'25는 통일 전쟁" "맥아더는 우리의 원수"라고 발언해 고발당한 인물이다. 그에 대해 천 장관이 수사 지휘권까지 들고 나온 것은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언급한 사법처리 신중론의 연장선상이다. 한마디로 학문적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무명 교수의 사법적 구명을 위해 여권 핵심이 총출동해 요란을 떨고 있는 셈이다.

천 장관이 검찰의 구속 의견을 묵살하고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라는 반발을 살 만하다. 법무장관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할 수사 지휘권을 그 반대로 써먹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검찰은 여권 핵심들이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들먹이는 과정에서 "헌법이 보장한 사상의 자유는 또한 헌법(37조)에 의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고, 그 법률이 국가보안법"이란 논리를 표명해 온 터였다. 따라서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검찰과 법원의 독립적 처리에 맡겼어야 옳다.

강 교수가 즐기는 '만일…였다면' 하는 역사 해석 가정법을 들이대서, 현재 우리가 분단의 상황이 아니고 어떤 사상과 주장도 걸러지는 성숙한 사회라면 '통일 전쟁' 운운은 잠꼬대에 불과한 횡설수설이다. 그렇지만 국민은 혼란스럽다. 이게 현실이다. 사상적 자유를 내세운 주장도 공론의 광장에 나오면 이데올로기적 성격으로 간다. 국가 정체성을 정면 부정하는 주장들이 실정법의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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