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심정수-김한수 라인으로 클린업 트리오가 가동된다면 삼성의 우승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가." 한 야구인의 가시 섞인 한국시리즈 전망이다.
올 시즌 초반 삼성은 양-심-수 라인으로 3~5번의 중심타선을 구성했으나 여러 차례 혼선을 빚었다. 양준혁이 제 몫을 하지 못해 중심 타선의 근간을 흔들었고 심정수와 김한수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제 자리를 굳건히 하지 못했다.
영원한 '3할타자'양준혁은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타율 0.261, 50타점, 13홈런. 이름값과는 거리가 먼 성적임에 틀림없다. 적잖은 나이(36) 때문이란 말이 대세지만 투수를 얕보고 자기 스타일만 고집한다는 지적도 있다.
'60억 원의 사나이'심정수는 삼성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올 여름 극심한 슬럼프로 '선풍기'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타율 0.275, 87타점, 28홈런으로 선전했지만 삼성 팬들의 기대치에는 크게 부족한 느낌이다. 타율 0.293, 73타점, 15홈런을 기록한 김한수. 꼬집어 나무랄 게 없어 보이지만 크게 만족할 만한 성적도 아니다.
선 감독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클린업 트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양-심-수 라인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강조한다. 시즌 후반기처럼 조동찬을 1번에, 박한이를 3번에 두는 것도 예상할 수 있지만 박한이가 1번에 서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
중심 타선이 득점 기회에서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것은 퀄리티 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지고 자책점이 3점 이하인 경우)만큼 의미가 있다. 중심 타선은 또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홈런포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능력도 보여야 한다. 3명이 동시에 잘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동시에 부진을 보이면 그 결과는 암울해진다.
이 가운데 양준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양준혁이 예전의'위풍당당 '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삼성 팬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동찬과 강동우를 주목할 선수로 꼽는 야구인들도 많다. 유격수에서 붙박이 3루수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조동찬. 지난해까지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져 반쪽 선수에 머물렀으나 올해 타율 0.274, 16홈런(팀내 2위), 63타점(팀내 3위)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발까지 빨라 팀내 2위인 1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조동찬은 지난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03(33타수 10안타), 1홈런, 2타점, 5득점, 장타율 0.455의 무시할 수 없는 좋은 성적을 냈다.
강동우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125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강동우는 체력에서 열세를 보이며 붙박이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대타나 대수비로 나선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타율이 0.240으로 나빠졌고 도루도 9개에 머물렀다. 당연히 이름값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주전 우익수 역할을 한다면 팀은 공·수에서 더욱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다.
9명의 타자가 모두 잘 할 필요가 없는 스포츠가 야구다.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 타선이 해결사의 능력을 갖춰야 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깜짝 활약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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