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절성 우울증

잠 늘고, 많이 먹고, 신체 무력감… 혹시?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쓸쓸해지는 가을이다. 사람의 기분이 계절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을에 많이 언급되는 우울증의 정도가 심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이 인구 10만명 당 24.2명으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계절성 우울증이란

인지기능과 행동에 장애가 발생, 2주일 이상 일상생활이나 생업에 막대한 지장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많이 느끼는 허전함, 스산함 혹은 외로움으로 대표되는 우울감과는 다르다. 계절성 우울증은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면, 식욕부진, 심리적 우울감 등의 증세를 보이는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달리 과수면, 과식, 신체적 무력감 등의 증세를 보인다. 가을에 시작하여 겨울에 심해지며 이른 봄이 되면 증세가 사라진다. 낮의 길이가 아주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 고위도 북반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3배 이상 걸릴 확률이 높다. 일조량 감소로 뇌 속의 일중 주기조절 발생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수면 및 기분 조절,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물질로 알려진 멜라토닌 대사 장애가 일어 났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가을에 많이 발생하는가

국내에서는 계절성 우울증에 대한 충분한 연구자료는 없지만 임상적으로 가을에 환자수가 늘어나며 환자들 스스로 환절기에 증세가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면 결실과 수확의 시기인 가을이 왜 우울한 계절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생명력의 쇠잔함을 느끼고 춥고 어두운 겨울을 맞이 해야 하는데서 오는 스산함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 인간 행동이나 심리를 설명하는 진화론적 입장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인류의 조상들에게 긴 겨울은 춥고 배고픈 죽음의 계절이었으며 겨울의 문턱인 가을은 죽음을 예견하는 암울한 시기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러한 생각이 인류에게 면면히 유전되어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을이 쓸쓸함과 상실의 계절로 인식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원인

무엇을 잃어 버렸다는 상실감에서 비롯된다. 재물상의 손해,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체면의 손상, 건강 훼손, 가치관의 변화 등 마음에 상실감을 일으키는 실제의 사건 또는 그 예견조차도 우울증을 일으키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부동산 투기로 하루 아침에 거액의 돈을 손쉽게 벌고 뜨겁게 달구어진 증권시장에서 많은 이득을 남겼다는 말을 듣게 될 때 그 대열에 동승하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가을만 되면 허전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고 눈물만 난다는 중년의 K 여성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K 여성은 조카를 낳고 출산 휴우증으로 숨진 언니를 대신해 온갖 애정을 쏟으며 조카를 키우다 조카를 친가로 떠나 보낸 후 상실감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다. 크든 작든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은 그러한 상실의 경험으로 인해 자신이나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고 앞날 또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방법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상실의 경험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실의 의미가 크거나 절망적이지 않다는 자각이 있어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을 느끼고 극복하는 방법으로 명상이나 요가가 좋으며 경제적,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경우 걷거나 버스 타는 시간 동안이라도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정신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엔돌핀이나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을 돕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적절한 운동은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어 우울증의 밑바닥에 있는 패배감을 없애는데 일조를 한다. 항우울제 처방과 일반적인 실내조명보다 5~10배 밝은 강한 빛(2,500~10,000 Lux)에 매일 한 시간 이상 노출시키는 방법도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대로 우울도 잘 극복하면 더 나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어 슬기로운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방필영 곽병원 신경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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